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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 맞는 3·1절 기념사와 관련해 왜곡된 역사의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의지가 없는 일본에 대해 협력 파트너십만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일제강점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이언주 전 국회의원은 "(3·1절은) 선조들의 저항 정신을 기념하는 날이고, 국가원수로서 기념사를 하는 것이다. 일제강점의 원인이 우리의 부족 때문임을 성찰하는 것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할 말은 아니다"라며 "모든 말은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인데 국가원수가 돼 그런 기본조차 망각하고 아무 말이나 시시때때로 한다면 어쩌자는 건가"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이언주 전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일관계 진전도 좋지만, 강제징용 배상문제, 수출규제 문제 등 일본 측에서 어떠한 성의 있는 태도도 안 보이는데 자꾸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관계란 게 전략적인 거라…잘 지내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엎드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게다가 다른 날도 아니고 3·1절 아닌가. 3·1절 아침 국민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완전히 뭉개버렸다"며 "나야말로 글로벌주의자고, 그런 성찰을 이해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대통령의 입에서 3·1절 기념사로 듣고 싶진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 더 지적하자면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과 일본의 국가이익이 같지 않다는 점을 알고 외교에 임하기 바란다"면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한 번 단추를 잘못 꿰어 놓으면 두고두고 우리 역사와 국민들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반일·친중이라고 비판했으면 잘못된 부분이나 과도한 점만 고치면 되지 그렇다고 반대의 극단으로 가는 게 정답은 아니다"라면서 "그런 식이면 역사가 널뛰기하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게 된다"고 직격했다.
이 전 의원은 "오늘 기념사에서 한·미·일협력을 강조했는데, 한·미·일협력이 필요한 건 맞지만 3국의 전략적 이익은 각각 조금씩 다르다. 특히 대한민국과 일본의 국가이익은 비슷한 듯하지만 결이 많이 다르다"며 "예를 들어 동아시아 안보 면에서 중국과 북핵을 견제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평화, 아시아에서의 경제 영토의 확장에 방점이 있지만, 일본은 동아시아패권국과 일본의 재무장화에 방점이 있다"고 짚었다.
또 그는 "유사시 북한에 대한 공격과 전쟁 위험에 대한 것도 우리와 일본의 서로 다른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이 대중견제를 위해 긴요하지만 우리는 북핵의 확장억제전략 차원에서 긴요하다"며 "요컨대, 한·미·일 협력도 우리의 이익이 일본과 항상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린 그 협력을 우리의 이익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제국주의적 침략도 하지 않았고 세계대전의 패전국도 아니다. 아마도 그런 나라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시민들에 의한 민주화를 다 성공한 나라일 것"이라면서 "그 역사적, 문화적 자산은 대단하다. 더구나 국민들의 역동성과 문화적 창의성도 엄청나다. 그러니 일본에 대해 너무 콤플렉스 가질 필요 없다"고 했다.
끝으로 이 전 의원은 "적어도 최근 현대사에서만큼은 우리의 무형적 자산이 더 훌륭하다고 자부한다. 이제 통상규모 세계 6~7위의 경제대국이자 아시아 유일의 시민민주국가로서(물론 요즘은 좀 후퇴하고 있는 듯해 걱정이다), 우리는 우리의 국가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도 유럽의 프랑스나 독일보다 위상이 못하란 법이 있나"라고 글을 끝맺었다.
앞서 전날 윤 대통령은 서울 순화동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안보와 경제, 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며 "(일본처럼)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3·1 만세운동은 기미 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며 "새로운 변화를 갈망한 우리가 어떠한 세상을 염원하는지 보여준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 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한·일관계도 역사적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3·1절 기념사에 대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 받았던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사의 변화를 제대로 준비해 과거 불행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 아닌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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