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YT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428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남겼지만 동시에 강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그분’의 몫으로 약속했다고 검찰이 주장해 온 428억원과 관련된 혐의가 영장청구서에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장동 일당 간의 대화 녹음을 푼 ‘정영학 녹취록’에 처음 등장한 ‘428억’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이었다. 이 녹취록에 등장하는 “최종 428억이네. 지네들(이재명 측)이 세금 내고 가져가야지”라는 김만배씨의 대사가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겨냥한 폭로에 나선 유동규씨는 “이 돈이 이 대표 몫”이라고 주장했고 남욱 변호사도 지난해 11월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가) 이재명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씨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김씨의 일부 지분 제공 약속을 보고 받고 승인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를 준 게 확실하고 그 대가로 428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면 실제로 돈이 오갔다는 걸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뇌물죄(사후수뢰) 적용이 가능하다.
뇌물은 ‘약속’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의 주체가 이 대표가 아니라 그 측근 중 하나라면 역시 제3자 뇌물제공죄 적용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일부라도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이 전달된 게 확인됐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죄도 성립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영장청구서에는 금품 수수와 관련한 어떤 시나리오도 들어있지 않다.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는 “뇌물약속죄라는 게 있긴 하지만 실제로 금품이 오갔다는 물적 증거나 공여자의 자백도 없이 약속했다는 정황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자금 추적도 범죄수익 동결 압박도 불발
수사 초기 입증을 자신했지만 검찰은 결국 자금 추적을 통해 돈의 향방을 알아내지도, 녹취록에 금품 제공 의사를 표현했던 김씨의 시인을 받아내지도 못했다. 김씨나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이 이 대표를 지목하면 끝나는 문제였지만 두 사람은 요지부동이었다.
검찰은 최근까지 김씨의 은닉재산을 발굴해 압박하는 전략을 썼다. 수 차례에 걸쳐 김씨와 주변 인물들 명의로 된 대장동 개발 수익 2070억원을 찾아내 동결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김씨는 입을 더 굳게 다물었다. 김씨는 최근 ‘200만원 든 계좌까지 뒤진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해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기분 상했다는 티를 내고 있다. 당장 진술 태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 입 닫은 김만배…배임 입증도 난항 예고
문제는 ‘428억 실종 사태’가 검찰이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이 대표의 배임혐의(4895억원) 입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가를 약속했다는 사실조차 입증할 수 없다면 배임의 동기가 의심받을 수 있다. 배임죄는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에 제공한 각종 행정 조치들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일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얻어야 성립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이 열린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돈 버는 게 시장의 의무도 아니지만 적극행정을 통해 5503억을 벌었음에도,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며 배임죄라 한다”며 “개발이익 중 70%를 환수못했으니 배임죄라는데, 그렇다면 개발이익 환수가 아예 0%인 부산 엘씨티나 양평 공흥지구, 일반적인 민간개발허가는 무슨죄가 되느냐”고 말했다.
성남시의 이익을 위한 적극행정이었을 뿐 특혜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배임죄 규명 역시 김만배씨가 협조하면 수월해지지만 김씨는 입을 열 생각이 없다. 김만배씨 측 관계자는 “법원에서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면,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연쇄적으로 무죄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씨 입장에선 수천억원을 찾느냐 빼앗기느냐가 걸린 상황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검찰은 배임의 동기를 ‘1공단 공원화’ 공약 이행이란 ‘정치적 치적 쌓기’ 등에서 찾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 개인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거나 이 대표 측근들이 받은 뇌물이 이 대표에게 유입된 정황이 나오면 그게 결론이었던 수사”라며 “난이도가 높은 사건임을 감안해도 수사의 명분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배임 혐의로 기소한 뒤 428억원 약정 의혹에 대한 규명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둘러싼 여러 지적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수사란 게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