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WBC는 FA 재벌들의 시간이다. FA 재벌 톱10 중 1위 양의지(두산, 277억원), 2위 김현수(LG, 230억원), 3위 최정(SSG, 192억원), 7위 나성범(KIA, 150억원)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이들이 FA 계약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건, 단순히 야구를 잘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야구를 수년간 꾸준히 잘 구현한 것을 넘어, 팀을 바꿀 수 있는, 일종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선수들이다. 쉽게 말해 덕아웃의 기둥이다. 양의지, 최정, 나성범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지만, 그 어떤 선수 못지 않게 팀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이 출중하다.
야구로 재벌을 이룬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자연스럽게 길잡이가 된다.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타격훈련을 하던 김현수가 박건우(NC)에게 한참 뭔가를 설명했다. 김현수는 다리를 움직이며 중심이동에 대해 얘기하는 듯했다. “나는 이렇게 하니까 잘 안 나가더라고”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박건우도 야구로 크게 성공한 선수다. 6년 100억원 계약을 따내며 두산에서 NC로 이적했고, 통산타율 0.327로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KBO리그 타자들 중 3위다. 그런 박건우가 김현수의 타격 매커닉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박건우는 김현수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는 박병호(KT)까지 가세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오른손 교타자, 왼손 중, 장거리타자, 홈런타자로 전부 스타일이 다르다. 박건우에겐 김현수나 다른 대표팀 멤버들의 타격에 대해 궁금증을 풀면서, 자신의 야구를 살찌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광현종’과의 한솥밥을 기대한 젊은 투수들의 마음이 박건우와 같지 않았을까. 실제 구창모(NC)나 김윤식(LG) 등이 광현종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고, 투손 전지훈련부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양의지는 “광현이나 현종이가 투수들을 데리고 밥도 먹으러 다니고, 분위기도 좋더라”고 했다.
2일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역시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로 성공한 두 사람의 야구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한편으로 에드먼도 KBO리거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선수를 만나 새로운 야구를 배우고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비기를 주고받으면서, 개개인의 야구도 살찌우고, 대표팀의 케미스트리는 강해질 수 있다. 코치보다 선배를 어깨 넘어 바라보다 터득하는 게 많다는 지도자들의 설명은 그래서 일리 있다. 한국야구는 ‘야구 품앗이’를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위에서부터 김현수, 박건우, 야구대표팀 타자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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