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런데 비록 비공식 연습경기지만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3루수로 출전한 적 없는 박건우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주전 3루수 출전했다.
박건우의 3루수 출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표팀의 주전 3루수는 최정이지만 컨디션 난조로 라인업에 빠졌다. 백업으로 3루수가 가능한 선수로는 김하성과 김혜성이 있었지만 김하성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규정상 비공식 연습경기에는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김혜성은 이날 주전 2루수로 출전했다. 그래서 마땅한 3루수 대체 선수가 없었다.
박건우는 서울고 시절 3루수를 본 경험이 있지만 프로 데뷔 이후로 줄곧 외야수로만 뛰었다. 이날 경기에서 강습 타구와 같은 어려운 타구가 없어 그의 3루수 재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수비 센스는 돋보였다.
특히 SSG 3루주자 오태곤의 스타트를 뺏는 여러 번의 속임수 동작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송구가 오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주자를 베이스에 바짝 붙여놨다. 오태곤은 박건우의 속임수 동작에 속은 뒤 깜짝 놀라며 미소 짓기도 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수비 센스 하나가 실점을 막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6회초 무사 만루 오태곤의 먹힌 타구 때 유격수 오지환 보다 먼저 앞으로 달려오며 잡은 뒤 러닝 스로로 처리해 3루 더그아웃 동료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 3루수가 아닌 박건우가 처리하기 힘든 타구도 있었다. 6회초 무사 1루 최상민이 기습 번트가 선상을 타고 느리게 굴러왔고 포구 후 글러브에서 한 번에 공을 빼지 못하며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이때는 3루 더그아웃 동료들이 박건우에게 핀잔을 주며 약올리기도 했다.
이날 박건우의 3루수 출전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으나 어색한 3루수 자리에서도 준수한 수비를 보였고, 타석에서는 뜨거운 방망이를 뽐냈다. 5회 1타점 2루타, 7회 솔로홈런, 9회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등 대표팀의 10-2 승리에 앞장섰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도 실책 없이 맹활약한 박건우 같은 선수를 우리는 '야잘잘'이라 부른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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