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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만원 지하철에서 여성의 주요 부위를 만졌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2021년 4월 중순 아침 출근 시간대,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4호선 지하철 내에서 발생했다.
여성 A씨는 승객으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자신의 중요부위를 만져 깜짝 놀랐다. 처음에 다른 사람의 가방이 닿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누르거나 강도를 달리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고 추행을 당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당시 지하철은 승객들로 가득 차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A씨도 하체 부분을 내려다볼 수 없을 만큼 꽉 찬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손을 비집고 내리자, 주요 부위 바로 앞에서 다른 사람의 손과 닿았고 곧바로 이를 꽉 잡았다.
A씨의 오른쪽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서있던 남성 B씨의 왼쪽 손이었다. B씨는 당시 만원 지하철에서 왼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팔을 내리고 있던 모습이었다.
A씨는 B씨를 잡은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했고, 두 사람 모두 곧 지하철역에서 내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경찰에서부터 일관되게 피해사실을 증언했다. 하지만 B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은 B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피해자 A씨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고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는 모습이나 태도 등에 비춰 볼 때 피해자가 거짓으로 진술한다거나 B씨를 모함하려 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씨에 대해선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 A씨의 착각 가능성과 또 다른 승객의 범행 가능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1심은 “A씨가 (범인을 잡기 위해) 손을 내렸을 때 B씨 왼손에 있던 휴대전화가 A씨의 중요부위에 닿았고, 이를 A씨가 오해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누르는 등의 움직임도 B씨 의도에 의한 것인지 만원 지하철 내에서 승객들 밀림이나 지하철 진동에 의한 부득이한 것이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성 B씨로서도 자신의 왼손이 뒤에 있는 승객의 신체 어느 부위에 닿아있는지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또 “A씨 중요부위에 닿았던 것이 B씨가 아닌 주변의 다른 승객의 손이었을 개연성 역시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B씨가 지하철 내에서 A씨를 추행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항소5부는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유죄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1심이 설시한 사정들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B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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