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숙적' 일본과 맞대결에서 3-14로 패했다. 2연패에 빠진 것도 충격적이지만, 2009년 WBC 이후 다시 한번 콜드게임을 당할 뻔한 것은 그야말로 '굴욕'이었다.
마운드가 처참했다. 선발 김광현 2이닝 4실점(4자책)을 시작으로 원태인(2이닝 1실점)-곽빈(⅔이닝 1실점)-정철원(⅓이닝 1실점)-김윤식(3실점)-김원중(⅓이닝 1실점)-정우영(⅔이닝)-구창모(⅓이닝 2실점)-박세웅(1⅓이닝)까지 총 10명의 투수들 가운데 무실점을 기록한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했다.
경기 후 일본 야구 매체 풀카운트는 '일본 숙적 한국은 왜 약해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야구의 문제점을 짚었다.
매체는 "프로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후 한일전에서 2009 WBC 결승이나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처럼 늘 격전이 전개되어 왔다. 다만 한국은 2013, 2017 WBC에서 1라운드 탈락하며 한일전이 열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번 경기도 큰 점수 차이가 나며 한국이 야구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밖에 내세울 수 없었던 투수 뎁스의 약화를 짚었다. 매체는 "이번 한일전 투수 기용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한국은 호주 전에 패하면서 원래 불펜투수로 활용하려던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며 '일본 킬러'로 불렸던 과거도 있다. 이강철 감독은 '일본에는 잘 알려진 선수일지 모르겠지만 베테랑이 초반을 리드해줬으면 좋겠다'고 기용 의도를 밝혔다. 말하자면 달리 의지할 선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철 감독의 바람대로 김광현의 스타트는 좋았다. 2회까지 삼진 5개를 빼앗아내며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하지만 3회 무너지고 말았다.
풀카운트는 "이제 만 34세가 된 김광현은 초반 그 기대에 부응했다. 1회 콘도와 오타니를 연속 삼진을 빼앗으며 포효했다. 2회에도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빼앗아내며 한국 응원단으로부터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3회 연속 볼넷과 눗바, 콘도의 적시타로 실점했다. 여기서 투구수는 59구. 투구 수 제한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10명의 투수를 쏟아 부었지만 일본 타선과 승부할 수 있었던 투수는 2회까지의 김광현뿐이었다"고 했다.
결국 영건들의 집단 제구 난조와 함께 세대 교체 실패를 알렸다.
매체는 "한국의 젊은 투수 부족은 명단 발표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과거 한국 야구의 이미지는 이승엽, 김태균 등 호쾌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와 투수들이 힘의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교야구가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승리를 원하는 팀들이 잔기술을 쓰는 것이 유행이 됐고 강타자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37세의 박병호가 홈런왕, 지난 시즌 은퇴한 40세의 이대호가 리그 타율 4위(타율 0.331), 101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후배 세대들이 따라 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도 파워도 있는 타자가 줄어들면서 그 영향이 투수에게도 미치고 있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상위 10명 준 한국인 투수는 2위 김광현을 포함해 3명뿐이다. 나머지는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등 외국인 투수들이 즐비하다. KBO리그 각 구단은 선발로 쓸 수 있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로 인해 자국 선수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매체는 "이강철 감독에게 호주전 선발 투수 발표가 늦은 이유를 묻자 그는 '우리에겐 훌륭한 투수가 없으니까'라며 웃었다. 이 말에 그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다르빗슈나 오타니가 머리에 떠올랐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152승을 기록한 언더스로 명투수였던 감독의이 외로워보였다"고 전했다.
[한국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4-13으로 패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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