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해설 안하려 했다" 후배 응원 위해 택했는데…'조선의 4번 타자'의 탄식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원래 이거(해설) 안하려고 했는데…"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차전 호주와 맞대결에서 7-8로 패했다. 8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대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한국은 4회까지 호주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해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그러나 첫 찬스를 통해 역전을 만들어내고 추가점까지 뽑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소형준이 실점 위기를 자초, 바통을 이어받은 김원중이 역전 스리런포를 맞은 이후 분위기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승부수를 띄운 한국은 대타 강백호를 기용해 동점 찬스를 노렸다. 그리고 강백호가 2루타를 쳐내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 강백호가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고,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판정을 받아 찬물을 끼얹었다. 아쉬운 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호주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틈타 추격하던 중 홈 베이스가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3루에 안착한 박해민이 이정후의 '시그널'을 보지 못해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찬스를 놓쳤고,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결과 만큼 안일한 플레이가 발목을 잡았던 경기라 특히 아쉬움이 가득했던 경기였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이대호도 호주전 패배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일본전) 이겼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은퇴를 했는데 마음이 이런지 모르겠다"며 "원래 이거(해설) 안하려고 했는데, (후배들) 응원 해주려고 했다. 선수 때는 손에서 땀도 안났는데, 손에서 땀이 계속 나오더라"고 말했다.

호주전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는 이야기였지만, 순간 이대호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만큼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강했다. 그는 "갑자기 이상한 상황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아무말도 못하겠더라. 선배로서 보면 (강)백호도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하다가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이해는 한다. 참 마음이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계속해서 이대호는 "보는 우리는 화가 나지만, 선수들은 화가 나면서도 더 분하다. 선배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국가대표라는 것을 빼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즐기고 과감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일본전을 앞둔 선수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일본전은 참혹했다. 4-13으로 그야말로 '완패했다. 마운드에 무려 10명의 투수가 올랐는데, 13피안타 9사사구를 내주며 13실점을 기록했다. 제 몫을 해냈던 선수는 1~2회의 김광현, 정우영, 마지막에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콜드게임'의 굴욕을 막아냈던 박세웅 밖에 없었다.

한일전의 해설을 맡은 이대호는 호주전보다 더욱 충격을 받은 듯했다. 경기 초반과 달리 극단적인 전개에 이대호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 그리고 경기 막바지에는 탄식까지 쏟아냈다. 한국 야구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레전드도 할 말을 잃은 경기력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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