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야구의 최대 중흥기는 2006 WBC 4강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까지였다. 2010, 2014, 2018 아시안게임 3연패 중이지만, 수준이 떨어지고 권위가 사라진지 오래다. 2015 프리미어12서 반짝 우승을 차지한 뒤로부터는 꾸준히 하락세다.
특히 2013, 2017에 이어 2023 WBC까지 1라운드서 탈락 일보 직전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이 대회가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을 시험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무대다. 결과와 내용 모두 심각한 문제다.
내놓으라 하는 15명의 투수가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러나 2경기서 평균자책점 11.12로 10일까지 A~B조 10개국 중 압도적 최하위. 5만5000명의 만원관중에 압도돼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볼을 남발하는 건 변명의 여지 없는 실력이다. 당일 컨디션이 안 좋았다면, 긴장했다면 그 역시 실력이다.
누가 봐도 명확해 보이는 선행주자의 ‘윈 히트-투 베이스’에, 우익수가 무리하게 3루에 송구하다 타자주자를 2루에 보내는 것, 상대 수비수 누구도 홈 커버를 안 했는데 3루에서 멈췄던 주자 모두 한국야구의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증거다. 순간적인 착각 역시 실력이다.
한국야구는 201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품질이 약화되고 있고, 새로운 동력의 보강이 더디다. 근래 들어 KBO리그 10개 구단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되긴 했다. 그러나 아직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톱니바퀴가 안 맞는다는 게 국제대회서 확 드러났다.
이런 구조적, 현실적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째 적체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또한 야구인들의 잘못이다. 다른 핑계를 댈 게 없다. 일부 야구인들은 아직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6, 2009 WBC 4강 및 준우승 얘기를 한다. 당시의 성과를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런데 당시의 성과에 도취된 사람들이 야구계에 단 1명도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14년~17년전의 영광일 뿐이다. 1~2년만에 강산이 확 바뀌는 세상이다. 바닥부터 다시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돈을 못 버는 10개 구단은 눈 앞의 우승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다르다. 지금이라도 뜻을 모아 10년~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이를 테면 단기적으로 외국인선수 관련 규제를 풀고 경쟁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유소년들이 야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연속성을 갖고 리그의 체질개선,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란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한국야구대표팀.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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