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사사키 로키는 11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3차전 체코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투구수 66구, 2피안타 8탈삼진 3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했다.
사사키에게 11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대재앙'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기일이었기 때문. 사사키는 아버지 기일 12주기에 WBC 데뷔전을 치렀고, 최고 시속 164km의 강속구를 앞세워 체코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일본은 10-2로 승리했고, 사사키는 첫 승까지 손에 넣는 감격을 맛봤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사사키는 WBC 무대에서 상대하는 첫 타자 보이텍 멘식을 상대로 초구 162km의 빠른 볼을 뿌렸다. 이는 바깥쪽 낮은 공으로 '볼' 판정을 받았지만, 도교돔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개의 161km 직구를 연달아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첫 타자를 요리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뛴 에릭 소가드를 무려 146km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압권은 세 번째 타자 마렉 클룹과 승부였다. 사사키는 클룹을 상대로 이날 가장 빠른 164km의 볼을 선보였다. 이 또한 '볼' 판정을 받았으나, 사사키의 강속구에 달아오른 도쿄돔은 들썩였다. 하지만 3구째 163km 직구를 공략당해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은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이후 사사키는 마틴 체르벤카에게 유격수 땅볼 유도에 성공, 이닝이 종료되는 듯했으나 이때 수비 실책이 발생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그래도 사사키는 마테이 멘식을 145km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마쳤다.
위력적인 투구는 이어졌다. 사사키는 2회 마르틴 무지크를 3구(143km 슬라이더) 삼진 처리하더니, 윌리엄 에스칼라를 상대로도 3구(163km 직구) 만에 삼진을 솎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이후 필립 스몰라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야콥 하이마르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이닝을 만들어냈다. 사사키는 3회 소가드에게 안타, 클룹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한번 위기에 놓였으나,보이텍-마테 멘식 형제와 체르벤카에게 모두 삼진을 뽑아내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많은 삼진으로 인해 투구수가 불어난 사사키는 4회를 마치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투구를 남기고 교체됐다. 사사키는 4회 선두타자 무지크와 8구 승부 끝에 144km 포크볼로 삼진, 후속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으나, 스몰라 또한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우다가와 유키가 등판해 이닝을 매듭지었다.
고교시절부터 160km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지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사키는 지난해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 1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작성, 퍼펙트게임 경기와 다음 등판까지 총 17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치는 등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에서는 사사키의 성장 가능성(Future Value)을 50점으로 평가, 국제 유망주 랭킹 3위로 선정했다. 이는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이정후(4위, 키움 히어로즈)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안우진(7위, 키움)보다도 높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사사키는 11일 체코를 상대로 1회 총 10개의 직구를 던졌는데, 모두 100마일(약 161km) 이상으로 측정됐다. 가장 빠른 볼은 101.9마일(약 164km). 이날 던진 66구 중 100마일이 넘는 공은 무려 21개에 달했다. 메이저리그가 벌써부터 사사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등판이었다.
사사키는 경기가 끝난 뒤 구장 내 '히어로 인터뷰'에서 "오늘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닝 도중에 교체됐고 투구수, 사사구도 많았지만, 최소실점으로 던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이 마운드에 설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팬들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는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일본 선발투수 사사키가 1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체코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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