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에서 어떻게로. 의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는 철저히 일본이 주인공이었다. 실력, 화제성 모두 독식했다.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레스)~사사키 로키(치바 롯데 마린스)~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무시무시했다. 1~4선발이 아닌 넷 모두 1선발이었다.
1라운드서 기록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을 보면, 사사키가 164km로 가장 빨랐다. 오타니는 161km. 야마모토는 155km였다. 37세의 베테랑 다르빗슈가 140km 중~후반이었지만, 대신 10가지 내외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충격적인 건 일본에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를 막론하고 150km 중~후반의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선수가 널렸다는 점이다. 일본 사람은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에서 한국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한국에도 최근 몇 년간 150km 초~중반을 쉽게 찍는 영건이 속속 등장하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일본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이번 대회서 여실히 드러났다.
근본적으로 야구 인프라의 차이, 한계라고 말하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중요한 건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기울이느냐다. 지난달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한 야구계 구성원은 “한국야구도 왜에서 어떻게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지도자들이나 행정가들이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왜 안 되느냐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좀 더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한화의 ‘강속구 영건 듀오’ 문동주와 김서현 등 프로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으면 150km 중반 내외의 구속에 커맨드, 경기운영능력 등을 겸비한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투수가 많다는 평가도 있다. 뉴 페이스 발굴과 함께 그들의 기량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프로농구(B리그) 총재는 자국 리그에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선수가 몇몇 있고, 그 현상이 자연스럽지만 한편으로 기쁘지 않다고 했다. 초고액 연봉에 만족하면, 세계최고의 리그, NBA에 도전하는 의식과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족하는 순간 도태되는 건 자연의 섭리다.
KBO리그 대부분 선수는 자신의 한계를 깨고 더 수준 높은 리그로 가보겠다는 생각이 아닌, FA 대박에 초점을 맞추고 많은 돈을 벌면 거기서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정후(키움)가 현 시점에서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유일한 평가를 받는 건,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이정후야 말로 왜가 아닌, 어떻게를 연구하고 고민해 이 자리까지 온 선수다.
[오타니(위), 사사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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