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안에서만 하려 해, 발전 없다" 韓 WBC 대실패, 외인 감독이 내린 진단 [MD대전]

[마이데일리 = 대전 심혜진 기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한국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실패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최종 4차전에서 22-2,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앞서 열린 체코와 호주전에서 호주가 체코에 8-3으로 승리하며 한국의 8강행은 좌절됐다. 경우의 수에 따라 체코가 4실점을 하고 승리를 챙긴다면 실점률에 따라 한국이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희망고문이었다. 결국 한국은 2013, 2017 대회에 이어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중국전 대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대실패였다.

첫 판부터 분제였다. 지난 9일 B조 첫 경기 호주전에서 7-8로 패해 모든 것이 꼬였다. 충격패에 시달린 한국은 10일 일본 상대로 4-13 완패를 당했다. 한국와 일본의 수준 차이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12일에는 직장인들로 구성된 체코를 상대로 7-3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 내용이 아쉬웠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에 지면 아쉬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선전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이 또한 야구의 일부"라고 말문을 열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수베로 감독은 한국 야구의 문제점을 어떻게 진단했을까.

수베로 감독은 "한국에 온 첫 날부터 말해온 것이 있다. 한국 선수들은 좋은 재능을 지녔지만 상자 안에서만 기량을 뽐내려고 한다. 저런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 너무 상식적인 야구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화에 온 뒤로 이런 부분을 깨려 했다"면서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배워온 포구 자세로만 잡으려 하다 보니 더블 플레이를 놓치곤 한다"며 틀에 박힌 지도 방식을 지적했다.

그의 열변은 계속됐다. 수베로 감독은 "다이빙 캐치에 실패해 3실점을 하더라도 또 시도하면 내일이나 모레 경기서 슈퍼 세이브를 할 수도 있다. 보수적인 게 한 때는 굉장히 좋을 순 있지만 정해진 틀에서만 하다 보면 발전이 없을 수 있다"며 "미국에선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격려하고 기회를 준다. 선수 육성을 위해선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망주를 키우고 세계 야구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2군 포함 마이너리그 확대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에도 마이너리그가 확대된다면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2군 포함 3개 정도의 리그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차근 차근 선수들이 발전해서 올라온다면 바로 프로의 벽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는 것보다 손실이 적어질 것이다"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한국이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와 중국의 경기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한화 수베로 감독이 1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2023 KBO리그 시범경기' KIA-한화의 경기에서 6-1로 승리한 뒤 채은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대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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