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임 “SBS 양자경 수상소감서 ‘여성’ 사전검열 , 한국사회 반페미니즘 반영”[해외이슈]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SBS가 양자경의 오스카 수상 소감 중에서 ‘여성’이란 단어를 사전검열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자경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배우 가운데 최초의 기록이다.

그는 “오늘 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트로피는 희망과 가능성의 등불이다. 꿈이 실현된다는 증거다.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해라. 그리고 여성 여러분, 그 누구도 여러분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도록 두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SBS는 “저의 수상은 희망과 가능성의 증거입니다. 다른 이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전했다.

SBS는 양자경의 소감 가운데 '여성 여러분(ladies)'이란 단어를 편집했다. 같은 뉴스를 소개한 타 방송사와는 대조적인 보도 행태였다.

타임은 15일 “SBS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방송사의 검열과 여성 혐오를 비난하고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댓글이 쇄도했다”면서 “이러한 분노는 페미니즘과 성 평등 운동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적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반페미니즘이 지난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보수 성향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면서 “경제적 기회, 교육, 건강, 정치적 리더십의 격차를 측정하는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성 격차 지수는 분석 대상 146개국 중 한국이 99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타임 외에 미국의 공신력 있는 매체 NPR도 SBS의 보도를 비판했다.

SBS 보도국 측은 자막을 '여성 여러분'으로 수정해 재업로드하며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한편 양자경은 지난해 타임과 인터뷰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에블린 캐릭터를 맡기 전까지 수년 동안 아시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거절했다”면서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오면 온몸과 마음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SBS 캡처]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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