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3년 전부터 써왔다."
KIA 외국인투수 숀 앤더슨은 잘생긴 외모로 벌써부터 팬들에게 인기를 모은다. 그런 앤더슨에겐 약 3년부터 작성해온 비밀스러운 노트들이 있다. 한 권은 자신의 투구에 대한 느낌, 분석 등이 담겼고, 또 다른 한 권은 자신이 나름대로 상대 팀, 타자들을 분석해놓았다.
앤더슨은 16일 시범경기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일종의 오답노트다. 루틴, 스케줄 정리부터 내 경기내용에 대해 적는다. 뭐가 잘못됐는지 적어둔다"라고 했다. 시간대별로 뭘 했는지 정리하고, 복기한다. 그리고 더 좋은 야구를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일종의 자신과의 은밀한 대화.
당연히 15일 고척 키움전 등판 내용도 적어뒀을 것이다. 3⅔이닝 2피안타 1탈삼진 3사사구 2실점(비자책)했다. 4회에 베이스 커버를 하다 제대로 밟지 못해 2실점했다. 본인의 실책이니 자책점은 아니었지만, 자책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앤더슨은 "내가 보기엔 베이스를 밟았는데 세이프가 됐다"라면서도, "작은 플레이 하나가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느꼈다"라고 했다. 이런 일도 과거형이 된다. 훗날 틈 날 때마다 읽어보면서, '아, 3-1 플레이가 참 중요하구나'라는 걸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야구든 뭐든 기본이 제일 중요한 법이다.
앤더슨은 메이저리그에서 4년간 63경기에 등판했지만, 3승5패 평균자책점 3.84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성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왔다. 나름의 노트를 두 권이나 작성하는 건, 성공을 위한 열망이다.
앤더슨은 "오늘은 체인지업이 어땠는지, 슬라이더가 어땠는지 적어보면서, 이전에 안 좋았던 경기와 비교해본다. 철저히 내 감정을 배제한 채 쓴다"라고 했다. 3년간 노트를 작성해오면서, 조금씩 자신의 야구를 살찌우는 걸 느낀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작은 것 하나가 중요하다. 그리고 패스트볼 로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150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뿌리는 앤더슨에게도 커맨드가 중요하다. 키움전의 경우 3개의 사사구를 내준 건 안 좋은 대목이었다. 그러나 노트작성을 통해 자신의 야구를 끝없이 고민하니, 시행착오는 줄이고 발전할 가능성은 커진다.
한편으로 팀 적응도 빠르다. 투손 전지훈련 당시 이미 '안녕하세요~', '산낙지 좋아'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발음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취재진 인터뷰를 위해 덕아웃에 들어오면서 발음한 '안녕하세요'는, 1개월 전 투손에서 들은 그것보다 정확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앤더슨은 "갑자기 많은 공을 던지다 보니 힘이 들긴 하다. 그래도 곽도규가 영어를 잘 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맛있어, 이름이 뭐니(순간적으로 잊어서 what's your name?이라고 했다) 등을 배웠다. 내가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고, 나는 한국어를 배운다"라고 했다. 하루하루 더 좋아지는 외국인투수다.
[앤더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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