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스포츠 황당사건 하이라이트 모음에 평생 나올 만한 어처구니없는 '세리머니 주루사'를 당했던 강백호(KT 위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동안 모든 바난의 화살을 받았다.
하지만 황당 주루사를 제외하면 이번 WBC에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보다 더 뛰어난 타격을 선보인 선수가 강백호다. 강백호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7안타(2루타 2개) 2타점 3득점 타율 0.500 OPS 1.143로 대표팀뿐 아니라 B조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였다. 특히 타율은 일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함께 1위였다.
하지만 우리는 강백호의 활약은 기억하지 못하고 '황당 주루사'만 기억한다. 왜 그런 것일까.
호주전에 기록한 주루사가 대표팀 추격의 흐림을 끊은 '본헤드' 플레이였기 때문이다. 5회 4-5로 뒤진 상황에서 2루타를 치고 순간 정신줄을 놓고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됐다. 리플레이 화면을 보는 이도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일이었다.
핑계를 댈 수 없는 정도로 명백한 강백호의 실수였다. 하지만 이 아웃카운트가 호주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을까. 이날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이번 WBC에서 야구대표팀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마운드 붕괴였다. 스트라이크도 던질 줄 모르는 투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모든 국제 대회에서 그래왔듯 이렇게 졸전을 펼치며 패배하면 희생양이 필요하다. 3회 연속 WBC 1라운드에 탈락한 야구대표팀의 가장 큰 희생양은 강백호였다.
그럴 만도 한 게 강백호는 천재라고 불리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참가하는 국제 대회마다 논란을 만들었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패색이 짙어가던 중 중계 카메라에 강백호가 껌을 씹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당시 해설을 맡았던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이런 강백호의 행동을 크게 꾸짖었고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이번 WBC를 앞두고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산책주루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강백호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어느 선수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진지하게 경기했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훈련을 시작했고 본인의 훈련시간이 끝나면 자신의 약점인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김하성에게 찾아가 수비 조언을 받기도 했다. 김하성도 후배를 위해 직접 공을 던져주며 성심성의껏 알려줬다.한일전에서 강백호가 다르빗슈에게 2루타를 뽑아내자 현장의 일본 기자는 "저 선수는 어떤 선수냐"라며 관심을 보였고 그의 타격 능력을 높이 샀다.
비록 해외토픽 '황당 주루사'로 전 세계 야구팬들의 웃음거리가 된 강백호지만 두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성숙한 선수가 되어 앞으로 이정후와 함께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가야 할 선수다.
[황당 주루사로 야구팬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예선 4경기서 타율 0.500 OPS 1.143로 B조 타격 1위를 차지한 강백호. 사진 = 일본(도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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