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인생이 얼마 안 남지 않았나. 잘하고 싶다. 팬들에게 웃음을 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짐짓 놀랐다. 최고참 내야수 김재호(38)가 새파란 젊은 후배들과 똑 같이, 군말 없이 훈련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두산의 시드니 캠프는 훈련량이 상당히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이달 초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재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했다. 야간훈련은 고참들은 자율로 했는데, 똑같이 나와서 다 소화했다. 그 열정과 헌신에 놀랐다”라고 했다.
김재호는 전성기에 수비의 안정성에선 그 어떤 유격수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역시 나이를 먹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면서 조금씩 내리막을 탄다. 2021시즌 89경기서 타율 0.209, 2022시즌 102경기서 타율 0.215에 그쳤다. 2018시즌에는 16홈런을 쳤으나 이후 4년간 8홈런에 머물렀다. 타점도 2018년 75개가 커리어하이였고, 이후 계속 떨어졌다.
이젠 주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전임 감독은 젊은 중앙내야수들을 많이 기용하며 자연스러운 리빌딩을 시도했지만, 그들의 성장도 더뎠다. 사실 이게 하루아침에 물 흐르는 듯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승엽 감독의 올 시즌 과제 중 하나가 단단한 중앙내야를 구축하고 미래 청사진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어쨌든 두산에 김재호의 존재감은 여전히 필요하다. 김재호는 당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웬만하면 훈련에서 빠지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싶었다. 야구 인생이 얼마 안 남지 않았나. 잘 하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에너지, 긍정적 에너지를 뽐내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 시범경기서는 4경기서 7타수 1안타 타율 0.143.
김재호는 2010년대 중~후반 두산왕조의 주전 유격수였다. 2015~2016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는 “그래도 팬들에게 웃음을 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한편으로 웃는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야구는 결국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잘하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우승을 3번한 팀의 일원으로서, 기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했다.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그 어렵다는, 웃으며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다. 당연히 후배들에게 약한 모습도 보여주기 싫을 것이고, 스스로에게도 납득할만한 시즌을 보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시드니에서부터 이를 악물고 훈련을 소화했다.
김재호는 “몸은 지난 3년 정도를 돌아볼 때 가장 좋다. 이번 캠프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싶었는데 찾고 돌아온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의 실력이 늘어 긴장해야 한다. 올 시즌에는 에러가 많은 팀이 아닌, 디펜스가 강한 팀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두산은 2014년 이후 8년만에 가을야구를 못 했다. 김재호는 “축제에 빠지니 공허했다. 이 시기에 야구를 하고 있어야 했는데 어색했다. 쉬는 기간이 길다 보니 적응도 안 됐다. 올 시즌에는 다시 축제에 참가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 감독이 김재호에게 놀랐다고 하지만, 김재호 역시 이 감독의 스타일에 짐짓 놀란 눈치였다. 그는 “감독님이 재미있는 분이다. 분위기도 좋았고 소통도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잘 맞춰준다. 훈련량도 잘 조절해줬다. 많이 열려 있는 분”이라고 했다.
[김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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