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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안소요 "이 세상 모든 경란이들이 위로 얻었으면" [MD인터뷰](종합)

시간2023-03-27 10:05:57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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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좁은 고시원을 벗어나 벚꽃 보러 가자 경란아. 상처는 상처대로 놔두고 자유로워지자. 말 못 하고 아팠을 수많은 경란이들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 김경란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 안소요의 소셜미디어 속 고정 댓글이다.

23일 서울 중구 수표동 마이데일리에서 만난 안소요는 "다음에 대해 열어놓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댓글이라 좋았다"며 '이 세상 모든 경란이들'을 어루만졌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이 온 생을 걸어 원수를 갚는 핏빛 복수극이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 1, 지난 10일 파트 2가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 1억2359만 시청 시간을 넘겼다.

안소요는 고등학교 시절 문동은(송혜교)의 자퇴 후 새롭게 괴롭힘 대상으로 지목된 김경란 역이다. 김경란은 십수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해자 무리 곁에 머물며 시중든다. 학폭 주동자인 기상캐스터 박연진(임지연)의 꾸밈새를 담당하고 또 다른 가해자 전재준(박성훈)의 옷 가게에서 근무하는 김경란이다.

내내 베일에 싸여 있던 김경란은 파트 2에서 손명오(김건우)를 죽인 진범으로 밝혀진다. 안소요는 반전의 열쇠를 쥔 김경란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쌓아 올렸다. 특히 상처 뒤덮인 얼굴의 절친 문동은을 냉정하게 뿌리쳤던 과거를 떠올리며 고시원에서 흐느끼는 장면에 만장일치 호평이 쏟아졌다.

"친구들이랑 학교 동창들, 일했던 아르바이트 사장님까지 잘 봤다고 연락이 왔다. 보면서 울었다고 하더라"라며 웃어 보인 안소요는 "시청자들이 메시지도 많이 주신다. 댓글을 찾아보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경란이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다. 촬영이 끝난 지 조금 됐지만 경란이를 떠올리면 울컥하고 감사하다. 응원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쳐 '더 글로리'에 합류했다. 원래는 보건 교사 안정미(전수아)로 대본 리딩에 임했다. 김경란 역 캐스팅을 고심하던 김은숙 작가가 대본 리딩 때 안소요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안소요는 "제게 경란의 얼굴이 있었던 것 같다. 경란 역을 받고 '최고다'란 생각이었다"며 만족해했다.

많이 어두운 역할이지만 "거부감은 전혀, 1도 없었다"고 했다. 안소요는 "과정은 힘들지만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연기를 하는 기쁨이 더 커서 부담감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김경란을 구축하기 전 꼼꼼한 사전 조사를 거쳐 공들였다. 김경란과 같은 아픔을 가진 시청자들도 세심하게 살펴야 했다. 안소요는 "영감 주는 것을 다 수집한다"며 "촬영 기간에도 극 중 드러나지 않는 경란의 일생과 하루하루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경란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보고 듣고 느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 기간이 길었다. 계속 경란이에 대해 생각하고 경란이를 마음에 안고 있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편견에 갇힌 역할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어딘가에 있을 경란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래서 김경란이 실재한다고 믿은 채 호흡에 주력했다. 안소요는 "항상 마음속으로 '경란아 우리 잘해보자', '경란아 도와줘', '힘내' 이렇게 말을 건다는 마음으로 했다.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작품에서 전해져서 위로를 얻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경란은 지우지 못할 상처를 입은 절친 문동은이 손을 건네자 매몰차게 뿌리친다. 안소요는 "너무 안타깝다"며 "그 나이가 된다면 '난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 못 한다. 지금의 저로선 하지 않겠지만 경란의 마음이 이해됐다. '난 안 그랬을 거야'라고 하면 경란이한테 미안할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연기를 복수 전공했다. 연극 동아리에서의 경험은 "연기의 자양분'이 됐다. 영화 '인 허 플레이스'부터 올 하반기 방송하는 '남남'까지, 내년이면 데뷔한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안소요는 "모든 작품이 제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다"면서 "'더 글로리'는 제 손을 잡아주고 절 많은 사람 앞으로 이끌어줬다. '이런 배우가 있다'고 많은 분에게 얼굴을 보여드린 것 같다. 그 자체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김경란 역을 호연한 배우 안소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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