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WBC 1라운드 4경기서 14타수 6안타 타율 0.429 5타점 4득점 2사사구 1도루 OPS 1.071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에 복귀하자마자 가진 취재진 인터뷰서 WBC의 좋은 개인성적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한국야구는 WBC서 ‘폭망’했다. 이정후는 대표팀 중심타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미로 그런 발언을 했다. 또 하나는 “30타석 정도밖에 안 들어갔다”다. 투손 전지훈련부터, 고척, 오사카 연습경기에 이어 WBC 1라운드 4경기까지 약 30타석을 소화한 것으로는 평가가 무의미하다는 의미.
이정후는 지난 겨울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방망이 높이를 귀에서 가슴까지 내렸다. 히팅포인트까지 더 빨리 배트를 가져가기 위한 변화. 1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160km 강속구에 대처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아울러 스탠스도 약간 오픈이었지만, 살짝 닫으면서 바깥쪽 공략까지 염두에 뒀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는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주는 편이다.
이 엄청난 변화를 고작 30타석만으로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는 게 이정후의 생각이다. 그래도 순조롭게 적응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KBO리그 시범경기로 돌아온 뒤, 6경기서 12타수 6안타 타율 0.500 2홈런 7타점 4득점으로 좋다. 특히 빠른 공을 구사하는 한화 문동주를 공략해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연습경기를 제외하고, WBC 1라운드 4경기와 KBO 시범경기 6경기까지 10경기 성적은 26타수 12안타 타율 0.462 2홈런 12타점 8득점 4볼넷. 물론 변별력이 떨어지는 중국, 체코 투수들을 상대한 결과도 포함되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삼진이다. WBC 1라운드서 당한 1개 외에는 단 한 타석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서는 아직 삼진이 없다. 사실 이정후는 프로통산 6년간 3560타석을 소화하면서 단 281개의 삼진만 당했다. 작년에도 627타석에서 단 32개의 삼진만 당했다. 데뷔 후 최소 삼진이었다.
컨택 능력이 워낙 빼어나 어지간해선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타격 매커닉을 완전히 바꾸고 치른 10차례의 공식경기서도 26타수 동안 단 1삼진. 이정후가 이조차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인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 건 분명해 보인다. 새로운 타격 매커닉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면 삼진을 이렇게 적게 당할 수 없다.
시즌의 뚜껑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다. 시범경기도 큰 틀에선 연습경기다. 이정후의 말대로 표본이 적은 건 사실이다. 어쨌든 바뀐 매커닉으로 또 한번 KBO리그 최정상을 찍으면, 스스로 국내는 좁다는 걸 또 한번 입증한다. 키움의 올 시즌 성적,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프로세스와 별개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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