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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소규모 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는 A씨(30)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는 날이 잦다. 현행법상 연장근로시간은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회사 대표는 ‘일이 한가할 때 더 쉬게 해주겠다’며 수개월째 과중한 프로젝트 수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근로자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장시간 근로가 ‘고질적인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새벽 3시에 퇴근하려던 나에게 ‘벌써 가냐’고 묻던 대표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대표가) ‘나 젊었을 때는 이보다 더한 것도 견뎠다’며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개개인의 상황을 뭉개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69시간 근로’ 논란을 부른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지금도 지켜지지 않는 주52시간 근무를 넘겨 더 긴 시간을 사업주에게 허용한다면, 그건 정부가 나서서 이런 착취를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 사례는 청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실시한 근로시간 개편 관련 의견조사에서 나온 경험담 중 일부다. 이번 조사는 15~39세 노동자 222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5일간 진행됐다.
청년유니온이 취합한 ‘MZ세대’의 현실은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길게 쉬자’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왜 청년층의 반발을 샀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B씨(33)는 “주말 없이 3~4주 정도 12시간 근무를 한 적이 여러번 있다”며 “정상근무로 돌아온 뒤에도 업무시간을 단축하거나 직원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건 당연했다”고 전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C씨(27) 역시 “장기휴가를 간다고 해도 업무 전화를 수십통씩 받아야 하고, 내가 쉬는 만큼 동료는 69시간을 초과해 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간 ‘미래 세대의 요구’를 앞세워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MZ세대와 이들을 대표하는 MZ노조가 근로시간 체계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유니온은 취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 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더라도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평균 주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수의 무노조·소규모 사업장 종사자들을 위해 근로자대표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 보완이 먼저라는 요구도 했다. 개편안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청년유니온은 물론 정부가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서도 일관되게 제기하고 있다.
기존 노동계인 민주노총도 지난 25일 서울에서 대규모 도심집회를 열어 근로시간 개편 등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만3000명이 모였다.
민주노총은 “현 정권은 수십년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자에게 주69시간제라는 시대착오적인 굴레를 다시 씌우려 하고 있다”며 “노조를 적대시하고, 무노조 무권리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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