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움은 2022-2023 FA 시장이 개장한 뒤 정찬헌에게 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만 33세, 통산 389경기서 48승53패46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 4.80이란 관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냉정히 볼 때, 키움에 정찬헌 역할을 맡을 젊은 투수가 적지 않다. 이미 홍원기 감독 체제에서 젊은 투수를 많이 육성해놓기도 했다.
그렇게 양측은 오랫동안 냉각기를 가졌다. 정찬헌 에이전시에선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시기에 구단으로부터 사인&트레이드에 대해 공식적으로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때 키움도 한발 물러나 정찬헌에 대한 대가 없이 보상금만 챙길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정찬헌의 행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 지방구단과 계약직전까지 갔으나 무산됐고, 계속 시간이 흘렀다. 권희동, 이명기 등 FA 미아들이 하나, 둘 행선지를 찾으면서, 정찬헌으로선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찬헌은 야구를 놓을 수 없었다. 에이전시도 서울 모처에 정찬헌이 운동할 곳을 마련했고, 피칭 영상을 구단들에 돌리기도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후 정찬헌은 순천, 강릉 등 지방을 돌며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군대 시절 이후 처음으로 겨울에 혼자 몸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정찬헌은 최근 독립구단 성남 맥파이스에서 훈련하는 등 힘겹게 몸을 만들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투구수를 늘렸고, 패스트볼 최고구속도 139km까지 나왔다는 게 본인 설명. 결국 에이전시에서 26일 키움에 다시 한번 계약조건을 전했고, 키움은 검토 끝에 계약을 진행했다.
여기서 잘 알려졌듯 키움의 배려도 있었다. 애당초 정찬헌 에이전시에선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1억원, 옵션 최대 1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키움 고형욱 단장이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최대 2억6000만원을 제시해 계약이 성사됐다. 최대 4억원대선의 계약이 최대 8억6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100억원대 계약이 흔한 요즘 KBO리그 FA 시장에서, 이 정도 금액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키움은 정찬헌의 열정을 피부로 느꼈고, 정찬헌도 구단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게 양 측은 다시 영웅들로 합체했다.
고형욱 단장은 전화통화서 “찬헌이 소식은 에이전트를 통해 계속 듣고 있었다. 연락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뭐랄까 간절함, 뭉클함이 느껴지더라. 에이전시에서 4억1000만원 정도 계약을 제시했는데, 처음에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정찬헌의 가치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고 단장은 정찬헌과 계약을 맺으면서 “많이 힘들었지?”라며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정찬헌도 키움으로 돌아와 어떤 역할이든 해내겠다는 각오다. 당장 경기 투입은 어렵겠지만, 2군에서 담금질을 하면 개막 후 1군에 올라올 기회는 분명히 있을 듯하다.
고 단장은 “선수야 많으면 좋은 거잖아요. 찬헌이가 돌아와서 잘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년보다 더 잘할 겁니다”라고 했다.
[정찬헌과 고형욱 단장. 사진 = 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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