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움은 최근 신인 김건희(19)에게 투수보다 타자에 방점을 찍고 훈련하고 기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투타겸업을 포기하라고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김건희가 투수로 성장하기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결론을 낸 상태다. 실제 김건희는 고교 시절 투구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타격에는 확실히 소질이 있다. 이번 시범경기 9경기서 16타수 2안타 타율 0.125 3타점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투수보다 타자로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안타 중 16일 고척 KIA전 1안타는 결승타였다.
그런 김건희는 16일 결승타를 날린 직후 “투수도 포기할 수 없다. 언제 나갈지 모르겠지만, 또 마운드에 올라가면 후회 없이, 잘하고 싶다”라고 했다. 투수로 성공하기 위해 타자를 ‘체험’한 장재영과 케이스가 완전히 다르다. 진짜 이도류를 꿈꾼다. 겨울 내내 투수와 1루수 훈련을 병행했고, 아직 젊어서 힘든 줄도 모른다.
알고 보니 구단과 홍원기 감독을 비롯한 현장의 방침이 본인에게 전달된 이후 결승타를 날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건희는 투수에 대한 의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사실을 접한 홍원기 감독은 웃으며 “얘기하자마자 그렇게 인터뷰를 했더라. 감독을 제대로 저격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황스러웠지만 뿌듯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구단의 방향제시에 반하는 인터뷰를 했지만, 그런 김건희의 당당함이 홍 감독도 내심 싫지 않았다. 이제 19세, 야구선수로서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할 시간이 차고 넘친다.
홍 감독은 “내 얘기도 견해일 뿐이다”라고 했다. 어쩌면 구단과 자신의 결정이, 김건희 야구인생의 방향성을 쉽게 결정해버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감독은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팀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이긴 하다.
그러나 지도자라고 해서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유망주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보장은 없다. 말 그대로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도 결말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누가 야구를 쉽게 단정할 수 있을까. 야구에 쉽게 한계를 설정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홍 감독이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라며 선수의 쓰임새에 대해 쉽게 ‘단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키움은 김건희가 당장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투타 겸업을 통해 펄펄 나는 건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 건 인정한다. 그렇게 타자의 길을 걷게 될 김건희가 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될 것인지, 키움의 이 선택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결정이 김건희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을 갖고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확실한 것 하나는 김건희는 자신의 야구에 대한 목표가 확고한, 당당한 유망주라는 점이다.
[김건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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