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금의 '대혼란'을 일으킨 사람. 그리고 이 '대혼란'을 막을 수 있는 사람. 동일 인물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승부 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48명을 포함한 총 100명에 대한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권 행사는 축구협회장의 고유 권한이다.
한국-우루과이전에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키려 노력한 흔적은 보였지만 어설픈 전략이었다. 완벽한 실패였다. 이강인의 원맨쇼보다, 김민재의 은퇴 시사 발언보다 긴급 사면 조치가 최고의 이슈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축구팬들은 개·돼지가 아니다.
그들의 예상에서 벗어난, 한국 축구의 대혼란이 시작됐다.
먼저 한국 축구에 승부 조작을 다시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축구협회가 앞장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12년 동안 반성하고 자숙했다? 한국 축구 역대 최악의 사건이었다. 한국 축구 존재 자체를 흔들었던 파문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한국 축구는 평생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팬들과 구단들 역시 아직도 아프다. 진정 상처를 받은 이들은 용서를 해줄 마음이 전혀 없는데, 축구협회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용서해준단 말인가.
이들에게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번 준자고? 어떻게 한국 축구 파멸을 이끈 이들에게 발전을 맡길 생각을 할 수 있나. 죄를 짓지 않고도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게 맞지 않을까. 왜? 그들의 편이 아니라서?
사면 이유가 축구계 화합이란다. 오히려 분열됐다.
축구인들 중 극소수. 그들만의 오만한 생각으로 내린 결정으로 대다수 축구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도대체 그 현장에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실제 현장의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축구팬들도 극대노하고 있다.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 K리그 대전 서포터즈 등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만의 극소수 화합을 위해 대다수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명분이 없다. 그래서 더 분노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자축? 단 한 가지 예만 제시해도 이 논리는 말이 안 된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02년 월드컵 직후 사면은 없었다. 축구협회에 확인한 사실이다. 최고 영광 때도 없었던 자축 사면을 왜 지금? 즉 사면은 월드컵과 상관이 없다.
축구협회의 이런 헛발질은 자연스럽게 수맣은 억측과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다른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한 SNS에 올라온 글이다.
"이 정도면 특정 누군가를 사면해주기 위해 100명을 사면한 거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가 없다면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 사면 대상자 중 한 명이 지역 축구협회 임원으로 간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축구협회는 사면에 관해 따로 브리핑 등 설명할 계획이 없다. 그들이 발표한 보도자료, 그리고 홈페이지에 게시한 Q&A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축구협회가 아니면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자료. 무슨 기준으로 사면을 단행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글자 몇자.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명단.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을 얼마나 무시하는 행태인가.
앞으로 이 사면 파문은 정몽규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악착같이 따라다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히고, 조용해질 거라는 구시대적 발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서 말했지만 축구팬들은 개·돼지가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그리고 이 사면 파문 후폭풍을 간과한다면 정권 최대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지해야 한다. 현장 축구인들과 축구팬들 분노의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그들을 덮칠지 모를 일이다.
분열이 더욱 퍼지는 것 역시 정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죄를 지은 그들의 편과 죄를 짓지 않은 반대 편이 이 좁은 축구판에서 반목할 것이고, 대표팀과 K리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국 축구는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루머는 루머를 낳고, 의심은 의심을 낳고, 오해는 오해를 낳고. 이 혼란스러움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 대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정몽규 회장은 사면을 철회하라."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할 수 있다. 되돌릴 수 있을 때 되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정 회장은 분명 축구협회 역대 '최악의' 회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왜? 한국 축구 역사 최대 가해자인 승부 조작범들을 포함한 이 사면은 한국 축구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절대로 최악의 지도자를 사면해주지 않을 것이다.
[정몽규 회장. 사진 = 대한축구협회]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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