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최병진 기자] ‘버스 막기’는 어떠한 갈등도 봉합하지 못했다.
전북 현대는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5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2로 패했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전북 현대 서포터즈 ‘MGB’는 최근 부진한 성적에 대한 허병길 대표와 김상식 감독을 비판하며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포항전에서 전북을 응원하는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경기장 곳곳은 불만이 가득 찬 걸개로 가득했고, 전북 팬들은 “허병길 나가!”, “김상식 나가!”라는 콜만 외쳤다.
결과도 최악이었다. 전북은 전반 16분 류재문의 중거리슛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전반전에 추가골의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고 후반 12분 백성동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 제카에게 역전골까지 내줬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야유로 뒤덮였다.
경기 후 김상식 전북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5경기에서 3패를 했다는 건 전북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홈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과 같이 잘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분노한 전북 팬들은 모두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탑승하는 버스 앞으로 모였다. 팬들은 ‘김상식 퇴출’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일렬로 도열해 구단 버스를 막아섰다. 현수막 뒤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었고 주변 팬들까지 몰리며 버스는 순식간에 둘러쌓였다.
김 감독은 4시 30분쯤 버스에 올라탔다. 이때부터 기다림이 계속됐다. 전북 팬들은 김 감독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요구했다. 곳곳에서 “김 감독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 비키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대치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전북 프런트가 버스에 오르내릴 때마다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팬들 중 일부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경찰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고 버스가 움직였다. 다만 김 감독이 탄 버스가 아닌 뒤에 있던 선수단 버스였다. 동일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막혀있던 선수단 버스가 김 감독이 탄 버스를 지나 먼저 경기장을 떠났다. 버스를 막던 팬들도 선수단 버스가 이동할 수 있게 비킨 뒤 다시 스태프의 버스를 막아섰다.
잠시 후 김 감독은 버스에서 내렸고 경기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김 감독은 허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다시 경기장 밖으로 나와 팬들 앞에 섰다. 허 대표는 경기장을 떠났다가 버스가 막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감독은 “죄송하다. 늦게까지 팬들을 밖에 계시게 했는데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 감독이 이야기를 하자 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그럼 사퇴해라”, “전북이 1승이 말이 되냐”, “언제까지 결과를 낼 건지 말을 해라” 등의 고성이 오가면서 김 감독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한 팬이 유독 큰 목소리로 김 감독에게 불만을 표시했고 김 감독이 해당 팬에게 다가가 대립했다. 프런트의 만류로 김 감독은 다시 버스 쪽으로 돌아왔지만 물리적인 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였다.
서로의 이야기만 반복된 뒤 김 감독과 김두현 코치 등 코칭스태프는 다시 버스에 탔고 구단 버스는 어렵사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팬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퇴 요구는 계속됐고 일부 팬은 스태프 버스를 향해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2시간 이상이 넘게 진행된 ‘버스 막기’였으나 사태는 전혀 봉합되지 않았고, 오히려 김 감독과 팬들의 갈등만 깊어졌다.
버스가 떠난 후 기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팬 무리는 “단순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경기력은 몇 년 동안 변함이 없고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관중도 계속 줄고 있다. 항상 ‘팬’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팬들과는 어떠한 소통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북은 오는 9일 오후 4시 30분에 인천 유나이티드와 6라운드를 갖는다.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당일에도 응원 보이콧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천전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2차 버스 막기 사태도 가능해 보인다.
[구단 버스를 막은 전북 팬들·현수막으로 버스 진입로를 막은 팬들·버스에서 내려 이야기를 전한 김상식 감독. 사진 = 최병진 기자]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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