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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 중 숨진 여성, 남친은 짐부터 한국으로 “의심스럽다”

시간2023-05-03 00:35:29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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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대만 가오슝시 한 비즈니스호텔에서 자유여행 차 대만을 방문한 30대 한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수사당국은 동행한 한국인 남자친구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호텔. /대만연합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대만(타이완) 여행 중 사망한 한국인 여성 이모(31)씨 사건과 관련해 현지 수사당국이 동행한 남자친구 김모(3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만 검찰은 사건 후 김씨가 숨진 이씨의 개인 짐가방부터 한국으로 부친 것을 수상히 여기고 있다. 반면 김씨는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대만연합보를 인용한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25분쯤 친형과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오슝시 첸진구 관할 경찰서에 출석했다.

남색 점퍼와 반바지, 운동화 차림에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김씨는 거주지 신고 서명 후 빠르게 경찰서를 떠났다.

앞서 대만 검찰은 김씨를 이씨 살인혐의로 기소하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가오슝시지방법원은 김씨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10만 대만달러(약 435만원) 보증금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대신 8개월 간 출국 금지 및 거주지 제한, 정기 신고를 명령했다.

대만연합보는 정기 신고 후 경찰서를 빠져나가는 김씨에게 취재진이 “여자친구를 죽였느냐”고 물었으나, 김씨는 아무런 대답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김씨는 24일 가오슝시 한 비즈니스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자친구 이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받는다.

22일부터 25일까지 3박4일 자유여행 차 대만에 입국한 이씨는 귀국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1시 30분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이씨는 동행한 남자친구 김씨가 처음 발견했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호텔 직원에게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이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이씨는 응급 처치에도 소생하지 못하고 같은 날 오후 2시쯤 최종 사망 선고를 받았다.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전날 밤 여자친구와 호텔방에서 술을 마시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자친구가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방 안에서 몸싸움 흔적 등 특이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에 사건을 통보하고, 숨진 이씨에 대한 법의학 검사를 진행했다.

다음 날 법의학 검사 후 수사 방향은 타살 쪽으로 바뀌었다. 숨진 이씨 머리와 팔, 다리에서 타박상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27일 재검에서는 뚜렷한 두부 외상 흔적이 발견됐다. 이씨 몸에서는 왼쪽 뇌수 함몰과 두개내 출혈, 오른손 타박상 등이 관찰됐는데 현지 법의관은 둔기에 맞았거나 짧은 거리에서 벽에 부딪혀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타살을 의심한 경찰은 두 사람이 머문 호텔방을 재조사했다. 여전히 몸싸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바닥에서 혈흔 두 점을 찾아 채취했다.

아울러 검찰은 사건 전날부터 신고시간까지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남자친구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어쩌다 다쳤는지 모른다, 넘어져서 다친 것 같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사건 다음 날인 25일 숨진 여자친구 이씨의 개인 짐가방을 서둘러 한국으로 돌려보낸 점을 수상히 여겼다. 검찰은 김씨가 살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이씨의 짐가방부터 한국으로 부친 것으로 봤다.

중시신문망은 “김씨가 이씨의 짐을 한국으로 보낸 것이 김씨가 유력 살해 용의자가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씨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귀국 비행기표를 이미 구입한데다, 추후 사망한 여자친구의 유해를 고국으로 인도할 때 너무 많은 수하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자친구 짐부터 한국으로 부친 거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한국으로 부친 이씨의 짐은 김씨의 친형이 28일 인천공항에서 다시 대만으로 가져가 검찰에 넘겼다.

이씨의 짐가방에는 고인의 옷가지만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의심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수사당국은 혈흔 검사 등 이씨의 짐가방에 대한 법의학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숨진 이씨와 김씨는 약 6년간 교제한 사이다. 대만 여행 첫날인 22일 현지에서 지인들과 어울린 후 23일 밤 자신들의 숙소로 복귀해 함께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오후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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