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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자신을 ‘미혼모에 임신 중’이라고 밝힌 뒤 외상을 요청했다는 글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를 모으자, 실제 해당 글을 올렸다는 음식점 대표가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손님 B씨가 약속한 대로 계좌로 음식값을 입금했으며, 실제 임신부가 맞았다고 설명했다. B씨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된 그는 하루 2시간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해 B씨와 ‘가게 식구’가 됐다고 했다. ‘가게 홍보성 글’이 아니냐는 의혹엔 “그럴 정도로 장사가 안 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 사연은 지난달 3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사실이라면 정말 마음 아픈 일인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사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미혼모에 임신 중인데 너무 배가 고픈데 당장은 돈이 없어서 염치 없지만 부탁 드려봅니다. 주문 된다면 돈은 다음 주말 되기 전에 이체해 드릴게요. 제발 부탁 좀 드립니(다)’라는 요청사항이 담긴 배달 앱 영수증 이미지를 공유했다.
그는 “여태 이런 종류의 주문을 무수히 봐왔고 응해 온 적 없지만 ‘미혼모’, ‘임신 중’ 등의 단어 선택이 거짓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장들이 쓰는 앱을 확인해보니 저희 매장에 13번째 주문이라고 떴다”고 했다.
이어 “(주문자에) 연락을 드려보니 목소리가 아무리 많아 봐야 20대 초반 정도였다. (여성은) ‘원래 먹던 곳이라 부탁을 드려봤다’, ‘민폐 끼쳐 너무 죄송하다’ 등의 말을 하면서 울었다”면서 “주문 금액도 딱 최소 주문금액에 맞춰서만 시켰더라. 지난 주문명세에도 전부 최소주문 금액에 딱 맞는 주문이었다”고 했다.
A씨는 “거짓말이더라도 ‘이건 (음식) 보내주라’고 했다”면서 “원래 안 해주던 걸 해줬으니 돈은 안 받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보내드렸는데 (손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해당 글이 기사화 되면서 온라인상에 화제가 됐고, 많은 누리꾼들이 업주의 선행을 칭찬하며 ‘돈쭐(돈+혼쭐의 합성어)’을 내주자는 의견을 냈다. 반면 해당 글이 ‘주작’(없는 사실을 조작)아니냐는 의심부터 ‘미혼모’, ‘임산부’ 등 거짓으로 공짜 주문하는 이들이 원래 많다며 경계해야 한다는 누리꾼 의견도 있었다.
이에 A씨는 2일 ‘미혼모 손님 음식 보내드린 후기입니다’라는 새로운 글을 올려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월요일 오전 장문의 문자가 와서 ‘계좌번호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에 정상적으로 입금받았다”면서 “저의 선택이 신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후 A씨의 아내가 고객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B씨는 처음에는 민폐라며 예의를 차려 거절했지만 아내가 “우리도 딸 둘을 낳고 키워서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고 다독이자 본인 집에 오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A씨가 배달 주소지인 한 원룸을 찾아갔더니 그의 가게를 자주 찾아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3~4번은 오던 중학생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인데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얼굴은 잘 기억났다”면서 “또래보다 키가 엄청 컸고 항상 문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웃으면서 인사하던 친구라 저 포함 저희 직원들도 예뻐했던 학생”이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현재 19살인 B씨는 사정이 생겨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됐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제과기능사 공부를 하던 중 아이가 생겼다고 했다.
B씨는 ‘내가 배고픈 게 아기도 배고픈 것일 테니 거절 당할까 봐 무서웠지만 최대한 (요청사항을) 불쌍해 보이게 적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냉장고에는 A씨가 보내준 음식들이 밀폐용기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배고플 때 먹으려고 소분해 놓았다는 말을 들은 A씨 부부는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A씨 부부는 B씨에게 미역국을 끓여줬고, B씨는 의류모델 알바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배가 불러오면 그것도 불가능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이에 A씨는 “하루 2시간 정도만 하는 파트타임(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고, B씨는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이전에도 빨리 재료 손질을 해야 하는 2시간 동안만 일하는 사람을 구했었다”며 “매장 오픈 전에 출근해서 재료를 손질하는 일이니 배가 더 불러와도 다른 사람 눈치 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A씨는 일부 ‘홍보성 글’을 의심하는 누리꾼에겐 “저는 제 매장의 위치를 한 번도 밝힌 적 없고, 앞으로도 밝힐 일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손님에게 계좌 이체를 받고 나니 거짓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는데, 실제로 만나서 이런저런 사정을 듣고 나니 차라리 거짓이었던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현재 심경을 털어놨다.
A씨는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은 아니”라며 “그냥 초등학생 딸 둘 있는 애 아빠 입장에서 든 마음일 뿐이다. 그렇게 선행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러분 모두 매장에 누군가 들어와 밥 한 끼 요구했다면 대부분 들어주셨을 법한 그 정도의 마음”이라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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