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 간판타자이자 KBO리그 최고포수 양의지(35). 그의 타격을 보면 별 다른 힘을 안 주는 것 같다. 보통의 타자의 타격음이 ‘쾅’이라면, 양의지의 그것은 ‘퉁’ 혹은 ‘툭’에 가깝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지난 13일 두산-KIA전서 양의지의 홈런을 분석하면서 “배트의 원심력으로 넘겨버렸다”라고 했다.
보통의 타자가 홈런을 칠 때 장작으로 공을 사정없이 부숴버린다는 느낌이 강한데, 양의지는 방망이로 공을 잘 눌러준다는 느낌이 강한 게 사실이다. 어차피 방망이로 아크를 그리면, 사람이 가하는 물리적 힘 외에도 원심력이라는 게 생긴다. 양의지가 이걸 잘 활용한다는 게 이순철 위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두산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가 ‘퉁’하며 홈런을 친다는 얘기에 고개를 지었다.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웃으며 “절대 그렇지 않다. 세게 칠 겁니다”라고 했다. 사실 이 감독 역시 현역 시절 파워보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홈런을 치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또 다시 웃으며 “저도 항상 있는 힘껏 세게 쳤습니다”라고 했다.
자신의 매커닉에서 자연스럽게 중심이동을 하되, 히팅포인트에선 강한 힘을 준다고 봐야 한다. 양의지의 경우 여기서 원심력까지 잘 활용하는 스윙을 한다고 봐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이 감독은 “요즘 양의지의 배트를 보면 배트 끝이 남아있는 것 같다. 헤드가 남아있으면 그대로 간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양의지는 4월 내내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13~14일 잠실 KIA전, 16일 고척 키움전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홈런이 적어 불안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감독은 최근 양의지의 스윙을 두고 “완벽한 스윙이다. 감이 돌아오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트 끝이 남아있느냐, 돌아가느냐의 차이다. 최근 양의지는 헤드가 잘 남아있다. 심리적 여유를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히팅포인트에서 급하게 나가지 않고, 배트 끝 부분을 충분히 뒤에 남겨두면서 서서히, 그리고 강하게 스윙하니 홈런이 잘 나온다는 얘기다. 시즌 초반엔 이 부분이 안 보였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양의지가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대부분 홈런타구를 끝까지 감상하고 1루로 뛰었다는 점이다. 배트 플립 등 화려한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웃으며 “양의지 정도의 타자라면 본능적으로 (홈런을)안다”라고 했다. 자신의 스윙을 잘 했다면, 방망이 헤드가 충분히 뒤에 남아있다가 나가면서 좋은 궤도를 그렸다면 타구를 충분히 지켜보고 뛸 정도의 선수라는 얘기다.
어쨌든 양의지는 양의지답게 돌아왔다. “우리 투수들의 수치가 작년보다 조금 더 좋은데, 비결이 양의지의 힘이라고 본다. 타격도 많이 올라왔다. 건강하게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가주면 정말 도움이 되는 선수다. 지금도 돈값(4+2년 152억원) 이상을 한다고 본다”라고 했다.
물론 확언은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보여주는 성적으로 판단하기엔, 아직 30경기 정도밖에 안 했다. 평가하기가 이르다. 모든 계약은 계약이 끝나고 과거를 평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발언은 확신에 차 있었다.
[양의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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