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삼성이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을 3일 대구 키움전서 선발투수로 기용한 뒤 2군에 보내 재정비 시간을 갖게 한 건 현 시점에선 ‘신의 한 수’로 꼽을 만하다. 오승환은 최근 마무리로 돌아와 맹활약한다. 중요한 건 과거의 ‘돌직구’가 사라졌음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오승환은 19일과 21일 창원 NC전서 세이브와 구원승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바깥쪽 승부, 변화구를 많이 섞는 피치 디자인으로 눈길을 모았다. 경기를 해설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이 부활할 수 있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도 지난 2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오승환의 부활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울러 나이를 먹은 베테랑들이 무작정 예전의 좋았던 모습을 추구하지 말고 세월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웠다.
박진만 감독은 KBO리그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포수 김동수를 소환했다. 2003년과 2004년에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박 감독은 “김동수 선배가 은퇴하기 전에 삼성에서 트레이드로 오셨다. 그 4번을 치던 선수도 33인치 배트를 반토막 내듯이 잡더라. 그러면서 3할을 쳤다”라고 했다.
김동수는 1990년대 KBO리그를 대표하는 대포수 중 한 명이었다. 공수겸장이었다. 통산 2039경기서 타율 0.263 202홈런 871타점 741득점했다. LG 시절이던 1992년과 1998년에는 20홈런을 쳤다. 당시 풍토를 감안할 때 포수의 20홈런은 센세이션했다.
그런 김동수는 현역 말년에 방망이를 매우 짧게 잡고 타격에 임했다. 세월이 흘러 운동능력이 떨어지니, 장타를 포기하는 대신 정확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박 감독의 기억은 정확했다. 김동수는 2003년에 117경기서 타율 0.308을 치며 당시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박 감독은 2005시즌을 앞두고 FA 4년 39억원 계약으로 삼성으로 이적했고, 김동수는 현대의 마지막에 이어 히어로즈 창단멤버로 2009년까지 뛰고 은퇴했다. 비록 29경기 출전이었지만, 2009시즌 타율은 0.368이었다. 당 41세였다.
박 감독은 “선수가 나이를 먹었는데 옛날 것만 하면 안 된다. 발전해야 하고, 새로운 걸 개발해야 한다. 변화를 줄 때는 확실하게 줘야 한다. 오승환도 예전의 돌직구가 아니다. 스피드와 순발력에 떨어졌다. 투심을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박 감독도 현역 말년 김상수(KT)에게 유격수를 내주고 1루와 2루, 3루를 두루 맡으며 팀에 이바지했다. SK로 이적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국민 유격수였지만, 영원히 국민을 대표하는 유격수가 될 순 없었다.
나이를 먹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변신한 선수들이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김동수도, 박진만 감독도, 오승환도 자타공인 레전드다.
[김동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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