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IA는 올해 경기력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극명한 장기연승과 장기연패가 상반되는 건 아닌데, 경기력의 업 다운 사이클이 심한 건 확실하다. 타선이 초반에 흐름을 찾지 못하면 경기 내내 고전하는데, 길게는 1주일 내내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초반에 타선이 터지면 빅이닝을 쉽게 만들어낸다.
그 와중에도 꾸준하게 경기력을 이어가는 대표적 선수가 ‘40세 레전드’ 최형우다. 최형우는 KIA의 레전드로서 올해 통산 2루타 부문에서 두산 이승엽 감독을 넘었다. 통산 타점도 올 시즌 중으로 이승엽 감독을 넘어서도 NO.1이 된다.
최형우는 4월 22경기서 타율 0.316 3홈런 12타점 13사사구 14삼진, 5월 17경기서 타율 0.333 1홈런 13타점 11사사구 11삼진이다. 애버리지만 봐도 꾸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타점 페이스도 흡사하다. 심지어 볼넷과 삼진 비율까지 비슷하다.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확실하다. 나이를 먹어도 눈 야구는 영원하다는 걸, 클래스로 증명한다. 올 시즌 출루율이 0.423으로 리그 3위다. 올해 최형우보다 리그에서 출루를 잘 하는 타자는 LG 테이블세터 문성주(0.432)와 홍창기(0.429)가 전부다.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잘 구분하고, 나아가 심판의 미묘한 성향 차이까지 간파하고 대응한다고 봐야 한다. 26일 광주 LG전의 경우 볼넷은 없었고, 5타수 2안타 1타점에 오히려 삼진이 1개 있었다. 그러나 최형우는 구심의 다소 어지러운 콜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자신만의 존을 유지했다.
이 경기를 중계한 KBS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진짜 공을 잘 보는 타자는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은 안 건드린다”라고 했다. 결국 최형우에게 해당 되는 얘기다. 이날 7회 삼진도 LG 왼손 불펜 함덕주의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이었다. 중계방송 화면상으로는 벗어난 듯했지만, 어쨌든 보더라인 근처였으니 최형우는 지켜보는 쪽을 택했고, 결말은 삼진이었다. 최형우로선 어쩔 수 없는 영역이었다. 더구나 이날로 최형우는 4월8일 광주 두산전부터 3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시프트는 절묘하게 뚫었다. 5회와 9회 모두 LG 내야진이 우측 외야 잔디까지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최형우는 더 강한 타구로 시프트를 뚫는, 진리에 가까운 파훼법을 선보였다. 심지어 9회에는 최선을 다하는 주루로 상대 실책을 유발, 마지막까지 LG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KIA는 중위권서 고군분투한다. 불안정한 전력에서 최선을 다하고,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최형우가 그 중 한 명이다. 레전드는 왜 레전드인지 충분히 증명하는 2023시즌이다. 출루머신, 타점, 2루타 머신까지. 별명도 많이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