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IA 대투수 양현종은 27일 광주 LG전서 6-3으로 앞선 7회초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1사 후 박해민과 홍창기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줬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정주현이 3루 단독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하며 2사가 됐지만, 한 방을 맞으면 경기흐름이 바뀔 수 있었다.
김종국 감독은 투구수 100개를 넘긴(102구) 대투수를 빼는 결정을 내렸다. 이 투수가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현 시점 KIA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2년차 좌완 최지민. 26일 경기에 나가지 않고 쉬었기 때문에, 더더욱 투입 가능했다.
최지민은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뛰며 투구 매커닉을 와일드하게 개선하면서 공 스피드와 자신감이 동시에 배가됐다. 최고 140km대 초~중반에 머무르던 포심 구속이 149~150km까지 올라갔다. 평균구속이 140km 중반으로 올라오면서 언터쳐블급 활약을 펼친다.
이날도 자신감이 넘쳤다. 문성주에게 제구가 되지 않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전략적으로 피하는 느낌이 강했다. 후속타자 오지환의 타격감이 최근 좋지 않았기 때문. 실제 최지민은 오지환을 슬라이더로 빗맞은 중견수 뜬공을 유도,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8회 오스틴 딘~김현수~문보경을 공 16개로 삼자범퇴. 체인지업을 단 1개만 던졌지만, 140km 후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 8회 메인셋업맨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경기를 중계한 KBS N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최지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불펜투수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오재원 SPOTV 해설위원이 얘기한 “안경 안 쓴 대투수”가 될 가능성도 언뜻언뜻 보인다. 강판된 뒤 덕아웃에서 최지민의 투구를 숨 죽이며 지켜본 ‘원조’ 대투수 양현종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결과적으로 최지민이 양현종의 KBO 통산 최다승 단독 2위(162승) 등극에 징검다리를 제대로 놨다.
양현종은 “내려온 뒤 지민이와 (정)해영이를 보는데, 간절함이 있더라. 솔직히 승리요건을 갖추고 내려와서 (승리투수가)간절했다. 잘 해줬다. 지민이가 기특하다. 고맙기도 하다. 중간투수들이 팀이 좋지 않은 상황서도 자기 역할을 잘 해준다. 자기 자리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지민이도 그렇고 어린 투수들이 경쟁을 통해 자기를 잡으려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라고 했다.
최지민도 양현종의 162승 도전이 의식됐다. “의식이 됐는데, 눈 앞에 이 타자를 잘 막자는 마음이었다. 당황하지는 않았다. 막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야수들이 실책을 해도 내가 잘 막으면 된다. 중요한 상황에 나가도 자신감이 있다”라고 했다.
최지민은 어느덧 4월20일 롯데전부터 27일 광주 LG전까지 1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5월 피안타율은 단 0.146. 4월 0.244도 준수했는데, 최근 페이스가 절정이다. 메인 셋업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잠실 LG전서 첫 홀드(4월29일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를 따낸 게 결정적이었다. 필승조가 쉬어서 나갔는데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최지민은 그날 이후 필승조가 됐고, 메인 셋업맨으로 격상됐다. 그는 “변화구도 자신 있게 던진다. 150km가 최고 구속인데, 그것도 의식하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했다.
[최지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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