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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의 득점포가 마지막까지 터지지 않았다.
홀란드는 올 시즌 맨시티 유니폼을 입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뛰어 들었고, 적응 기간 따위는 필요 없었다. 데뷔 시즌 EPL 36골로, 역대 한 시즌 개인 최다 신기록을 작성하며 포효했다. 홀란드를 앞세운 맨시티는 EPL 조기 우승에 성공하며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FA컵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맨시티에 남은 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홀란드가 UCL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큰 경기일수록 작아진 것이다. EPL에서는 독보적이었지만, 토너먼트 상위로 올라갈수록 힘을 쓰지 못했다.
FA컵과 UCL 모두 4강부터 홀란드의 득점이 멈췄다.
FA컵 8강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쏘아올린 홀란드는 4강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침묵했다. 그리고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도 침묵을 이어갔다.
UCL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홀란드는 8강까지 12골로 득점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4강부터 멈춰섰다. 특히 사실상 결승전이라 불렸던 레알 마드리드와 4강 1차전, 2차전 모두 침묵했다.
그러자 스페인의 '마르카'는 "홀란드가 지난 4월 20일 이후 UCL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홀란드는 얼었나? 4강에서 침묵한 홀란드, 맨시티 팬들이 걱정해야 할까. 골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홀란드가 인터 밀란과 결승에서는 득점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한 바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홀란드는 11일 열린 인터 밀란과 결승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맨시티는 로드리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로드리, 그리고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에데르손으로 향했다.
경기 후 영국의 'BBC'는 선수들 평점을 매겼다. 충격적이게도 홀란드는 팀 내 '꼴찌'를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13명의 선수 중 홀란드가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괴물 공격수의 '굴욕'이다.
'BBC'는 스톤스와 에데르손에게 6.83점의 최고 평점을 부여했다. 이어 로드리(6.77점), 디아스(6.47점), 실바(6.41점), 포든(6.28점), 귄도안(6.08점) 등이 높은 평점을 받았다. 홀란드는 5.46점으로 꼴찌다. 최고의 무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평점 꼴찌 등극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시즌이 길고 경기가 많아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지 못했다. 전반은 특히 그랬다"고 말했다.
팀 전체적으로 부진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해내야만 진정한 최고가 될 수 있다. 모두가 부진할 때 해내야만 가치가 독보적으로 올라간다.
맨시티의 에이스, 최고의 공격수, 득점왕을 질주한 괴물. 당연히 토너먼트 상위로 올라갈수록 상대팀의 견제가 강해진다. 이를 뚫고, 이를 극복해내야만 '신계'로 입성할 수 있다. 이 차이가 '인간계'와 '신계'의 차이다. 홀란드는 그 차이를 좁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신계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홀란드는 리오넬 메시를 이을 차세대 신 1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선수다. 그렇지만 신계에 이름을 올리며 유럽 축구를 지배했던 메시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모든 면에서.
메시는 지금까지 총 4번 UCL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셀로나 데뷔 초기였던 2005-06시즌을 제외하고 두 번째인 2008-09시즌 결승. 바르셀로나는 맨유에 2-0 승리를 거뒀고, 메시는 쐐기골인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2010-11시즌 결승 상대도 맨유였고, 최전성기를 달리던 메시는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맨유는 3-1로 승리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이 시즌 4강에서 세기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만났는데, 메시는 4강 1차전에서 홀로 2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2014-15시즌 결승에서 유벤투스를 만났고, 바르셀로나는 3-1로 승리했다. 메시는 결승전에 득점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실상 결승전이라 평가 받던 4강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4강 1차전에서 메시는 1골을 넣었고, 바르셀로나는 3-0으로 이겼다.
이렇듯 신계의 선수는 큰 대회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홀란드가 메시에 근접하지 못했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홀란드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대로 정체한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시즌 중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홀란드가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데, 홀란드도 메시처럼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하는가?' 바르셀로나 시절 메시를 지도했고, 지금 홀란드를 지도하고 있으니, 비교 평가가 가능했다.
그러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신계와 인간계의 결정적 차이를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홀란드는 최고의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골을 넣는다. 메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
[엘링 홀란드, 리오넬 메시.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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