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백승현이 마운드에 오르자, 잠실야구장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백승현은 150km 이상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이긴 하지만 데뷔 이후 단 한 번의 세이브도 기록한 적 없는 선수였다.
상대할 타자는 삼성의 중심타자 강민호였다. 이날 2루타를 기록하는 등 최근 타격감이 좋은 강민호였다.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삼진을 당한 강민호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날카롭게 들어간 투구에 깜짝 놀라며 제자리에 서서 백승현을 오랜 시간 쳐다봤다. 포수 강민호가 봐도 너무 잘 던진 공이었기에 당황하면서도 인정한다는 표정이었다. 이어 김동엽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만루 위기에서 팀을 구한 백승현은 감격의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백승현은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내야수로 LG에 입단한 선수로 강한 어깨와 탄탄한 수비력으로 한때 오지환의 뒤를 이을 '포스트 오지환'으로 불렸다. 방망이 실력보다는 뛰어난 수비 능력을 인정받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지명받은 선수였다. 하지만 타격에 약점을 보였고 오지환이라는 벽은 너무 높았다.
그러다 2019년 12월 25일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호주리그에서 뛰던 중 투수가 없어 마운드에 오른 적이 있다. 그때 154㎞의 빠른 공을 뿌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중학교 2학년 이후 첫 실전 투구였다는데 그의 투수 재능은 놀라웠다.
백승현은 이대로 잊혀지는 듯했지만, 지난겨울 슬라이더의 각을 더 날카롭게 만들고, 최근 등판에서 슬라이더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시즌 백승현의 패스트볼 구속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50km의 공을 던지고, 예리하게 꺽이는 슬라이더까지 장착해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높였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고우석과 정우영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백승현이 그들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1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해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백승현과 승리구를 챙겨준 오지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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