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난 16일 수원 KT전서 터진 삼성 최고참 오승환(41)의 글러브 패대기 사건. 오승환은 그날 6-4로 앞선 8회말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꼬였다. 선두타자 정준영이 1루 방면으로 번트를 댔다. 오승환이 대시, 타구를 잡았으나 1루에 악송구했다. 송구 자체가 낮았다.
후속 박경수에게 슬라이더를 구사했으나 가운데로 몰렸다. 결국 중견수 방면으로 큰 타구를 허용했다. 김현준이 펜스 부근까지 쫓아갔으나 타구는 글러브를 스치면서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6-5가 됐다. 무사 2루서 안치영에게 희생번트를 내줬다.
1사 3루, 앤서니 알포드 타석에서 좌완 이승현으로 교체됐다. 오승환은 정확히 7개의 공만 던지고 내려갔다. 그런데 오승환은 정현욱 투수코치가 올라오자 공을 좌측 내야 관중석 방향으로 멀리 던졌다. 그리고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패대기 쳤고, 구조물을 발로 차는 모습도 중계방송 화면에 잡혔다.
이날 오승환은 번트안타와 2루타 등을 내준 뒤 크게 동요하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꼬이면서 내심 속이 상했을 수 있다. 그리고 박진만 감독의 교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극대노했다. 경기를 중계한 MBC 스포츠플러스 이상훈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이러는 걸 처음 봅니다”라고 했다.
박진만 감독은 17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고참으로 한번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1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보냈다. 박 감독은 오승환과 면담을 통해 직접 2군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성 2군행으로 풀이된다.
오승환은 예년의 오승환은 아니다. 이미 한 차례 선발투수로 나서며 투구밸런스를 재조정하기도 했고, 2군에서도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군에 돌아와 다시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팀은 오승환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23경기서 2승2패9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23. 누가 봐도 마무리로서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다.
그런데 오승환은 감독의 교체지시가 나온 직후 분노했다. 이틀이 흘렀지만, 오승환의 이 행동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뿐이다. 깔끔한 투구를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 깔끔하지 못했던 수비, 마지막으로 교체를 지시한 상황에 대한 아쉬움 표출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날 박진만 감독의 오승환 기용이 평소와 달랐던 건 맞다. 마무리인데 9회가 아닌 8회에 나왔고, 그렇다고 9회까지 2이닝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아울러 오승환과 박진만 감독의 면담에서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 서로 확실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오승환은 올해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올 시즌을 어떤 성적으로 마쳐도 그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레전드 클로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삼성은 오승환을 확실하게 존중한다. 그러나 오승환의 글러브 패대기에 대한 진심은 본인만 안다.
의도가 어떻든 프로선수가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팬들에게 보여지는 덕아웃에서 자신의 감정을 과격하게 표출하는 건 보기 좋지 않다. 솔직함과 공포감, 위화감 조성은 전혀 다른 얘기다. 사회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기분이 태도로 이어지면 안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승환의 별명은 ‘돌부처’다. 그날 수원 KT위즈파크에 돌부처는 없었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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