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IA는 5월 말 한차례 폭풍이 몰아쳤다. 부진하던 주축 멤버가 대거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마무리 정해영, 왼손 사이드암 김대유, 1루수 황대인은 아직도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2군에서 뭔가 확실한 반전이 있어야 1군에 복귀시키겠다는 게 김종국 감독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23세 ‘이적생 거포 유망주’ 변우혁은 약간의 운이 따랐다. 황대인이 타율 0.212, 3홈런에 1군에서 말소됐을 때 1할대 타율, 4개의 홈런에 그쳤다. 언제 2군으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실적이었다. 그러나 황대인은 물론, 대체자 김석환도 잠깐 1군에 머무르다 2군에 내려갔음에도 2군행 통보를 받지 않았다.
현재 KIA 주전 1루수는 돌아온 최원준. 변우혁은 언젠가부터 백업 1루수. 오른 엄지 골절이 의심되는 김선빈이 최악의 경우 장기 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자리는 김규성, 최정용이 메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 김도영이 돌아오면 유격수 김도영-2루수 박찬호 체제로 전환될 수도 있다.
변우혁은 18일 광주 NC전서 오랜만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류지혁은 17일 경기서 단순 타박상을 입어 18일에 쉬었을 뿐, 20일부터 시작하는 한화와의 3연전서 주전 3루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즉, 변우혁으로선 이래저래 당분간 꾸준히 타석에 들어설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물론 변우혁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황대인과 동반 부진한 바람에 입지 축소를 자초한 경향이 컸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은 변우혁을 계속 1군에 동행시킨다. 지난 16~18일 광주 KIA-NC전을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의 평가에 따르면, KIA가 왜 변우혁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지 드러난다. KIA로선 변우혁을 2군에 보내기엔 아까운 재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알고 보면 변우혁은 불규칙적인 출전 속에서도 최근 타격 페이스가 괜찮다. 최근 10경기 기준 21타수 9안타 타율 0.429 1홈런 3타점 4득점. 덕분에 시즌 타율도 0.232까지 끌어올렸다. 올 시즌 43경기서 5홈런 17타점 13득점 OPS 0.685.
특히 16일 경기서 대타로 등장해 좌완 임정호의 체인지업을 툭 밀어 우선상 2루타를 뽑아냈고, 18일 경기서는 우완 송명기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를 가동했다. 변우혁의 타격을 지켜본 이순철 해설위원은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타격 자세를 갖추고 스윙한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순철 위원은 ”젊은 타자들이 하체를 쓰지 못하고, 상하체가 따로 노는 경우가 있다. 변우혁은 거칠게 헛스윙해서 그렇지, 따로 놀지 않는다. 자세를 갖추고 스윙을 한다. 하체를 잘 쓴다. 이 타격 자세를 잊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고 스윙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는 의미. 결국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는 게 딜레마다. 이순철 위원은 “타석에서 운영능력이 아직 세련되지 못하다. 그 능력은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서 올려야 하는데, 지금처럼 기용되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이 위원은 “미국 교육리그를 보면, 젊은 선수가 헛스윙 삼진을 당해도 꾸준히 내보내서 요령을 터득하게 한다. 그런데 KIA는 팀 사정상 변우혁에게 그런 시간을 주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에 꾸준히 나가야 자기 스윙을 완벽히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사실 경기에 꾸준히 내보내려면, 2군에 가면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변우혁이 당장 2군에 간다고 해서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군에선 황대인과 김석환도 조정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우혁이 현 시점에서 괜찮은 타격 페이스를 보여주는 게 나름의 의미가 있다. 변우혁의 거포 성장 가능성, 자질만큼은 확실하다는 게 최근 다시 확인된다. 김종국 감독이 어느 시점에서 변우혁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줄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결국 잠재력 폭발의 마지막 열쇠는 본인이 쥐고 있다.
[변우혁.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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