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이제는 '달콤한 꿈'에서 깨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서 펼쳐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대표팀의 상황은 이강인을 필두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지난 2019년 대회와 차이가 컸다. 철저하게 무관심 속에서 대회가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 예선 1차전부터 강호 프랑스를 꺾으며 이변을 일으켰다. 이어 온두라스전은 0-2에서 2골을 따라잡아 귀중한 무승부를 거뒀다. 이때부터 축구 팬들의 시선은 20세 대표팀을 향했다.
비록 4강에서 이탈리아에 1-2로 아쉽게 패한 후 이스라엘전(1-3 패)도 내주며 4위에 머물렀지만 두 대회 연속 4강에 오른 성과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무명' 이승원(강원FC)은 브론즈볼(MVP 3위)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 이영준(김천 상무) 등 유망주들도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다.
지난 14일 진행된 입국 행사 이후 대표팀 선수들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각 선수의 소속 구단은 4강 업적을 기념하며 자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20일에는 대회에서 활약한 K리거를 대상으로 미디어 데이를 진행했고 김준홍(김천)·이영준·배준호·이승원이 참석했다.
이번 성과는 분명 선수 개인과 소속팀, 그리고 넓게는 K리그까지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한 여러 행사를 통해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보답한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더욱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
U-20 월드컵에는 분명 촉망받는 유망주를 포함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때문에 4위라는 성적이 분명한 성과임을 인정해야한다. 그와 동시에 '4강'의 의미를 부풀려서도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라 평가받는 선수들은 이미 10대의 나이에 20세 대표팀이 아닌 A대표팀에서 활약한다. 대표적으로 잉글랜드의 19세 신성 주드 벨링엄이 있다. 또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는 19살에 2022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관식을 치렀다.
그만큼 20세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이름값'은 점점 내려오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단정보다는 '가능성 있는 자원들을 확인했다'라는 측면의 평가가 보다 합리적인 상황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단순히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출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회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지만, 우리 스스로의 기준을 '지금의 U-20월드컵'으로 제한할 필요도 없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닌 우물 밖으로 나가려는 개구리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세계 2위에 올랐다. 당시 21명의 최종 명단 중 현재 A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대회 MVP(골든볼)를 수상한 이강인뿐이다. 당시에도 한국 축구의 미래는 걱정이 없다는 평가였지만 결과적으로 A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냉정하게, 이강인을 제외한 월드컵 준우승 신화 멤버들은 월드컵이 끝난 후 두각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즉, U-20 월드컵과 이후의 성인 대표팀 무대는 또 다른 차원이다. 대회 성적만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기엔 세계 축구의 흐름은 더욱 어려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
K리그 미디어 데이에 참석한 네 명의 선수는 공통적으로 "이제부터가 선수 생활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자질을 보여준 만큼 이후 단계로 나아가는 건 이제 선수의 몫이다. U-20 대회를 통해 얻어낸 관심을 스스로 지켜가야 한다.
선수들을 지켜보는 여러 '시선'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는 K리그, 해외 리그를 포함한 각자의 소속팀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치고 또 다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때로는 '냉정함'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4년 뒤, 이번 대회에서 엿본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꿈에서 깨야 한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대한축구협회]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