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방망이에 묻혀야…” LG 시절 득도, 135km로 50번 이긴 33세 피칭도사[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공을 방망이에 묻혀야 한다.”

키움 정찬헌(33)은 피칭도사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 134.9km다. 140km을 넘는 공이 거의 없다. 포심을 안 던지고, 투심에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구사한다.

네 구종의 커맨드가 아주 정교한 건 아니다. 경기 내내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을 던지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비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도망가지 않고 경기 전 구상한 피칭 플랜을 실행에 옮긴다. 다양한 피치 디자인으로 철저히 맞춰 잡는 투구를 한다.

27일 광주 KIA전서 6이닝 3피안타 1탈삼진 2볼넷 1실점했다. 경기가 7회초 도중에 끝나면서 강우콜드 완투승을 따냈다. 개인통산 50승. 정찬헌은 “완투승은 세 번 정도 했다. 그보다 50승이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중간에서 선발로 옮기면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했다.

경기 후 정찬헌의 얘기를 들어보니 마치 느린 공으로 피칭에 득도한 사람인 듯했다. 그는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내 덕이 아니다. 어쨌든 공을 방망이에 묻혀야 한다. 그러면 안타와 아웃될 확률이 5대5다. 수비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했다.

LG 시절 허리 수술을 받고 2019년부터 선발투수로 뛰었다. 물론 과거 선발로 뛰기도 했지만, 정찬헌의 프로 입단 후 역사는 역시 불펜이었다. 젊었을 때는 150km 가까운 공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면, 수술 후 140km이 안 나오면서 선발로 이동해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정찬헌은 “2019년 수술을 받고 스피드가 줄기 시작했다. 평균 140km 중, 후반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공으로는 타자들을 압도 못한다. 그래서 선발로 전향했다. LG에서 열흘에 한 번씩 나갔다. 그때 뭐가 필요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수술 후 포심을 버렸고, 투심과 스플리터 비중을 높였다. 정찬헌은 “현실을 빨리 받아들였다. 이젠 구위가 월등하지 않으니 구종, 코스, 배합으로 승부해야 한다. 시도를 많이 했다. (이)지영이 형이 내 스타일을 잘 캐치해주기도 했다. 정말 고개 안 흔들고 던진다”라고 했다.

피네스피처인데 자신은 컨트롤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어느 정도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고, 운도 따라야 좋은 기록을 남기는 투수라고 했다. 정찬헌은 “나도 섬세한 컨트롤까지는 잘 안 된다. 미스 나는 경우도 많다. 주자가 나가면 한 점 주자고 생각한다. 안 맞으면 한도 끝도 없다. 수비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반전 매력도 있다. 정찬헌은 후배들이 꼽는 ‘재미있는’ 선배다. 기본적으로 입담이 찰지다. 정찬헌은 “(최)원태나 (김)재웅이가 넘어간다. (안)우진이는 ‘형님 왜 이렇게 웃겨요? 멘트에 물이 올랐네요’라고 한다”라고 했다.

굳이 억지로 개그를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게 키움 투수들 얘기다. 그만큼 선수들이 정찬헌을 지지하고, 잘 따른다. 정찬헌이 솔선수범하고, 성실하게 야구에 임하니 가능한 일이다. 그는 “애들이 잘 따라온다. 후배들에게 내가 딱딱하고 무거운 사람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정찬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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