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올 시즌은 이대로 가고, 내년 캠프에나…”
KIA 간판스타 나성범(34)이 ‘재활 동지’ 김도영(20)에게 웨이트트레이닝 기술을 전수한 일화가 널리 소개됐다. 나성범은 종아리, 김도영은 발등을 다쳤으니 어차피 하체 웨이트트레이닝은 불가능한 상황. 이미 NC 시절 웨이트트레이닝에 통달한 나성범이 프로 2년차 김도영에게 상체 웨이트트레이닝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했다.
김도영도 ‘나스쿨’ 효과를 인정했다. 실제 상체가 확연히 벌크업이 됐다. 나성범에게 배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가 향상되면서, 복귀한 뒤 연일 장타를 생산한다. 김도영은 웨이트트레이닝에 재미를 단단히 붙였다는 후문이다.
나성범은 후배의 맹활약이 뿌듯한 눈치였다. 그런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호 수강생을 점 찍었다. 지난 6월 상무에서 전역하고 리드오프로 활약 중인 최원준(26). 나성범이 보기에, 최원준은 웨이트트레이닝이 다소 부실하다. 파워를 붙이면 더 좋은 타자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나성범은 최원준에게 김도영에게 했던 것처럼 웨이트트레이닝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8일 수원 KT전을 마치고 만난 나성범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올 시즌은 이대로 가고, 내년 캠프에나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최원준을 올 시즌에는 나스쿨 2호 수강생으로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무슨 의미일까. 알고 보니 최원준을 향한 나성범의 잔잔한 배려다. 웨이트트레이닝과 벌크업도 좋다. 그러나 최원준이 현 시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 혹은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성범은 “원준이가 생각이 많은 친구다. 한 타석, 한 타석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더라”고 했다. 야구는 144경기 장기레이스다. 한 경기와 한 타석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러나 나성범은 최원준이 다소 예민한 스타일이라고 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아니다. 최원준의 스타일일 뿐이다. 야구를 잘하지 못하는 선수가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덤덤한 것도 좋은 게 아니다. 최원준도 야구를 잘 하고 싶은 열망이 큰 선수다. 20경기서 75타수 17안타 타율 0.227 4타점 11득점 3도루.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부진한 건 사실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0.278로 회복세인 건 맞다. 그러나 나성범이 보기에 최원준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 선수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권해봤자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나성범 생각이다.
나성범은 “도영이는 이제 웨이트트레이닝을 어떻게 하는지 안다. 막 시켜도 되는 선수다. 성격이 예민하지도 않은 스타일이다. 도영이와는 요즘도 같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올 시즌에는 도영이하고만 같이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나성범이 최원준 교육 의지를 버린 건 절대 아니다. 결국 후배에 대한 선배의 잔잔한 배려다. 최원준이 야구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나성범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KIA의 기둥이다. 이런 선배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위에서부터 나성범, 최원준. 나성범과 최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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