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한화 이글스 김범수의 별명은 '괘씸이'다. 하는 행동과 말이 밉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쁜 뜻은 아니다. 그런 그가 별명답게 괘씸이다운 명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한화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1 신승을 거뒀다.
이날 문동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8회말 위기 상황 등판한 김범수는 피안타 없이 ⅔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컸다. 김범수는 시즌 9홀드를 올렸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팀이 2-0으로 앞선 8회말 문동주가 문보경에게 2루타, 박해민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신민재의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1사 주자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한화 벤치는 문동주를 내렸고, 좌완 김범수를 투입했다.
단 2점 리드에서 만루 상황 등판. 김범수는 홍창기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문동주의 자책점이 올라갔다. 문성주의 볼넷으로 계속된 만루 위기. 김범수는 김현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 후 김범수에게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의 심정을 물었다. 그는 "마음은 똑같았다"면서 "이걸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내 점수가 아니지 않나. 내가 점수가 아니니까 줘도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편해진다"고 말했다.
괘씸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김범수는 진심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멘탈 공부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몸이 경직이 된다. 그냥 그렇게 심플하고 편하게 생각해야 몸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수는 등판을 마친 후 더그아웃에서 문동주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고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이싱 하면서 '나 그렇게 던졌다' 얘기했다. 그랬더니 '형 왜 그래요~' 그러더라"고 웃어보였다.
이후 문동주에게도 이 상황에 대해 물었는데 "그건 장난 치신 것 같고, 내가 봤을 때는 내 점수라 더 열심히 던져 주신 것 같다. 범수 형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막아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김범수는 이날 경기 포함 9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동안 1승 4홀드를 적립했다.
김범수는 "구속도 구속이고, 제구가 잘 되고 있다. 박승민 코치님, 이동걸 코치님께서 어떻게든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거기서 많이 해답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 안 좋았을 때, 박승민 코치님이 계속 '안 좋지 않으니까 똑같이 하라' 말씀해주셨다. 나도 불안했는데, 딱 5월부터 올라오더라"고 돌아봤다.
올해 한화 투수코치로 부임한 박승민 코치는 투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멘탈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후문. 투수들의 인터뷰 때마다 박승민 코치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적이 없다.
김범수 역시 "올해 처음 같이 한다. 그런데 정말 코치님께서 정말 데이터도 많이 아시고, 선수들이 요소요소, 어떤 부분이 좋고 안 좋은지 콕 짚어 알려주셔서 그게 정말 좋은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김범수는 지난해 한화 역대 한 시즌 최다 27홀드 기록한 선수다. 올해 초반 좋지 않아 5월 초반 한 때 4.85까지 치솟았지만 안정감을 되찾았고, 평균자책점은 3.00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전반기도 끝이 다가왔다.
김범수는 "일단 아프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 좋다. 감독님이 요소요소 좋은 자리에서 쓰고 빼주셔서 좋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범수. 사진=마이데일리DB]
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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