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이것이 세계와의 격차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콜롬비아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패했다.
어느 때보다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지소연(수원FC)·김혜리(인천현대제철)·박은선(서울시청) 등 여자축구 황금세대 주인공과 여자 대표팀 첫 혼혈 선수 ‘16살’ 케이시 유진 페어(PDA)와 추효주(수원FC)처럼 젊은 선수들이 ‘신구 조화’를 이뤘다.
2019년부터 여자 대표팀을 이끈 벨 감독의 지휘 하에 지속적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컨셉도 명확했다. ‘고강도’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벨 감독은 월드컵이란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상대와 싸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특성상 ‘피지컬’에 한계가 있기에 활동량을 무기로 삼았다.
운명의 1차전. 전반 초반까지는 ‘고강도’가 효과를 보는 듯했다. 한국은 전방 투톱으로 나선 최유리와 손화연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을 펼치며 콜롬비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반 7분에는 최유리가 위협적인 슈팅으로 득점까지 노렸다.
하지만 한 순간에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전반 28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심서연이 핸드볼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허용, 선제골을 내줬다. 10분 뒤에는 카이세도의 슛을 윤영글이 완벽하게 잡아내지 못하면서 공이 골문 안으로 향했고 순식간에 스코어는 두 골 차가 됐다.
만회골을 위해 의욕을 가지고 후반전에 임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 실점의 위기에 더욱 노출했다. 전방 압박으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의 기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공수가 분리되면서 콜롬비아가 중원을 장악했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에 우위가 있는 콜롬비아는 여유로운 상황 속에서 볼을 다루는 기술까지 선보이며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에게는 계속해서 볼을 뺏으러 쫓아다녀야 하는 괴로운 순간이었다. 콜롬비아는 끝까지 체력 레벨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벨 감독은 “첫 경기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 중첩됐다. 우리 선수들은 오늘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낫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패배도 인생의 일부다.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다음 경기를 다짐했다.
냉철한 진단도 내렸다. 벨 감독은 “한국에서도 이제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 고강도가 필요하다. 오늘처럼 하면 분명 이길 수 없다. 이것이 세계적인 수준이며 콜롬비아, 독일, 모로코 모두 이 정도 레벨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한국이 설정한 ‘고강도’와 세계의 ‘고강도’ 수준에는 차이가 현격했다. 그리고 월드컵이라는 무대의 1차전에서 결과로 증명됐다. 우리의 기준이 아닌 ‘세계적인 기준’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이다.
1차전이 끝난 후 H조의 순위는 독일(승점 3점·득실+6), 콜롬비아(승점 3점·득실+2), 한국(승점 0점·득실-2), 모로코(승점 -점·득실-6) 순으로 정해졌다. 한국은 30일 오후 1시 30분에 모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콜롬비아 경기 모습·콜린 벨.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대한축구협회]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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