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
한국 축구 최초의 비대면 감독.
한국 축구 팬이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을 표현한 말이다. 또 있다. 무감독 사태. '연봉을 가상화폐로 지급하라'는 웃픈 말까지 나왔다.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왜 한국 축구 팬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낼까. 매우 간단하다.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면 지녀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나? 어떻게? 한국 축구 팬들 아무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K리그가 한창인데, 선수 점검과 평가와 발탁은 누구의 몫인가. 이를 외면한 채 외국으로 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그에게 어떤 감정이 생길까.
성적이라도 좋았으면 이토록 많은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외국인 감독 최초 4경기 연속 무승. 결정적 장면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의 약체, 일본에 0-6 참패를 당하고 온 엘살바도르와, 그것도 홈에서 1-1 무승부.
이런 성적표를 받고도 한국에 남아 할 일이 없다는 건, 한국 축구와 한국 축구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것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외국에서도 원격으로 한국 축구를 체크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외국에서도 한국 축구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그런 주장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한국 감독으로서 자격이 없다. 외국인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축구와 '대면 호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대표팀 경기력 외적인 한국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녹아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한국에 상주하는 시간이.
클린스만 감독의 선배들, 특히 성공한 외국인 감독들은 다 그렇게 했다. 한국 안에서, 대표팀의 옆에서, 한국 축구 팬들과 함께 살을 맞대고, 눈을 마주치며 소통했다. 이 핵심적 과정을 클린스만 감독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 부임 후 5개월 동안 한국에 머무른 기간은 고작 50여일. 우려가 현실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 최대 화두는 한국 상주 여부였다. 왜? 전적이 있으니까. 독일 대표팀 감독 당시 미국에서 원격 조종을 하다 큰 비판을 받은 과거가 있다.
그래서 물었다. 한국에 상주할 거냐고. 클린스만 감독은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5개월 동안 50일이? 상주의 개념이 다른 것인가. 아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임 초기부터 이렇게 막무가내다. 슈퍼스타는 막을 도리가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슈퍼스타의 기질은 이미 독일 언론과 독일 대표팀 출신 선수들이 설명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대표팀 감독이 오면 일정 기간 '허니문 기간'을 맞이한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이런 기간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부임 초기부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허니문 기간이 없는 한국 축구 최초의 감독이 됐다. 짧은 시간임에도 최초의 기록이 연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화룡점정'이 온다. 미국에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제안한 작품이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한국 언론들과의 간담회 형식으로 클린스만 감독 화상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날짜도 확정됐다. 이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가 또 하나 생긴다. 대표팀 감독 비대면 화상 인터뷰의 등장이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온라인 화상 인터뷰는 최초"라고 확인해 줬다.
이게 무슨 짓인가. 왜 한국의 언론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야 하는가. 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한국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한국 대표팀 감독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가.
이유는 하나.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없기 때문. 초유의 일이다. 과거 온라인 인터뷰는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이 일상이었던 그때. 그리고 벤투 감독은 한국에 있었다. 코로나19 시기가 물러난 지가 언제인데, 지금 왜 비대면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 없으면 하지 않거나, 다음에 한국에 와서 하면 될 일. 긴박한 상황인가. 급하게 의견의 개진해야 하는 사건이나 이슈가 있는 것인가. 아니다. 초유의 화상 온라인 인터뷰가 열리는 의도. 너무나 잘 보인다.
'여론 달래기'다. 지금 대표팀 이슈는 하나뿐이다. 클린스만 감독 재택근무 논란. 이 논란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굳이 지금 이 타이밍에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다.
왜 이렇게 판단하냐고? 전적이 있으니까.
비슷한 상황이 지난 6월에 있었다. A매치 4경기 무승을 거두고, 인종차별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고, 약체 엘살바도르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누가 봐도 여론 달래기용이었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특별한 내용도 없었다. 하지만 들끓었던 여론은 조금 식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의도라는 건, 누가 봐도 느낄 수 있다. 그때는 그래도 대면 인터뷰였지. 지금은 무엇인가. 비대면 인터뷰로 자신의 해외 체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속셈인가.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늘어놓을 것인가. 잠깐 얼굴 비추며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의도라면, 더욱 큰 역풍을 맞을 것이 자명하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할 말이 있고, 억울한 것이 있다면, 한국 축구 팬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 축구에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면, 한국으로 와서 '대면 인터뷰'를 하시라.
이것이 한국 축구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다. 한국에 오지 않는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누가 신뢰를 보내겠는가. 한국 대표팀 감독은 한국에 있는 게 맞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 사진 = 대한축구협회]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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