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하위 키움의 2023시즌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24시즌 준비를 긴장감 넘치는 실전을 통해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 9개 구단보다 훨씬 빨리 2024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어쨌든 구단의 초기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사실상 구단 역사 최초로 외부 FA를 2명(원종현 4년 25억원, 이형종 4년 20억원)이나 영입했고, 시즌 초반에는 지명권을 받아오면서 베테랑 코너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했다. 심지어 이원석에겐 2+1년 10억원 장기계약까지 안겼다.
그러나 기존 전력과 시너지가 전혀 안 났다. 원종현은 마무리 김재웅을 잇는 8회 메인 셋업맨으로 기용됐으나 NC 마무리 시절 그 공을 던지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공백기를 갖더니,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최악의 경우 2024시즌까지 통째로 날릴 수 있다.
이형종은 풀타임 외야수로 정착하지 못하고 1군에서 빠진 상태다. 어디 아픈 건 아닌데 최악의 타격 부진에 시달린다. 이밖에 방출 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들 중에선 돌아온 임창민만 제 몫을 한다. 선수 영입을 잘 하는 이 팀의 고유컬러가 완전히 무너진 시즌이다.
여기에 기존 전력 중에서도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매년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이런 팀이 나오면서 무너지는데, 올해의 주인공이 키움이다. 송성문, 김휘집, 신준우, 임지열, 임병욱, 이용규, 이원석, 이지영 등 신예와 고참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인선수 에디슨 러셀, 에릭 요키시까지. 그리고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간판스타 이정후마저 쓰러지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18~20일 롯데와의 홈 3연전을 스윕했으나 46승64패3무, 9위 삼성에 1.5경기 뒤진 최하위다.
위에 거론한 선수들 중에선 돌아온 선수들도 있고, 곧 돌아올 선수들도 있다. 물론 이정후처럼 시즌아웃 된 케이스도 있다. 결국 키움은 LG의 제안을 받아들여 최원태를 내주고 이주형(22)이라는, 동년배 최고 유망주를 데려왔다.
이주형은 LG와 키움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38경기서 타율 0.308 3홈런 15타점 17득점 3도루 OPS 0.855. 사실 이정후가 있었다면 영입하지 못할 선수였다. 영입했더라도 중견수로 출전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구단의 초기계획대로 이정후와 이형종이 1년 내내 외야를 지켰다면, 이주형은 키움에 왔어도 LG처럼 확실한 출전기회를 못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주형은 중견수로 고정되면서 야구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정교한 타격에, 빠른 발, 2루타 생산능력까지. 언젠가 20-20이 가능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맞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선수다. 본인은 이정후 후계자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지만, 이정후급에 가깝게 클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김동헌(19)은 예상을 깨고 개막엔트리에 포함된 뒤 전반기 막판 잠시 1군에서 빠진 걸 제외하면 계속 1군에 있다. 더 이상 차세대 주전포수가 아니다. 그냥 지금 주전포수다. 이지영과 대등하게 경기에 나가더니 이지영이 부상으로 빠지자 매일 경기에 나간다.
83경기서 타율 0.263 2홈런 17타점 21득점 OPS 0.692. 특히 후반기에는 타율 0.311 2홈런 6타점으로 타격이 꽤 쏠쏠하다. 타격보다 투수리드, 수비 등에서 보통의 신인포수보다 좋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제구 기복이 약점인 장재영이 선발 등판하자 가운데에서 딱 미트만 벌린 뒤 일체 좌우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경기를 중계하던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장재영에 대한 배려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20대 초반의 1군 경험을 먹은 포수가 군 복무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찬스다.
장재영(21)도 어쨌든 키움에선 ‘올해의 발견’이다. 16경기서 1승3패 평균자책점 5.13. 입단 3년만에 1군 첫 승을 거두는 등 구단 안팎의 예상보다 느리게 성장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5~6이닝을 제법 꾸준히 던진다.
당장 5선발을 벗어나긴 어렵고, 9억팔이란 상징성만 아니면 1군에 있을 실력은 아니라는 냉정한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팀이 차세대 간판 선발투수로 키워야 할 자원인 건 분명하다. 최원태까지 나간 마당에 장재영 육성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거의 사라진 만큼, 잔여경기서 뭔가 더 얻어가면 밝은 2024년을 기약할 수 있다.
이들의 나이를 더하면 고작 62세다. 잡초든 꽃이든 시련 속에서 피어나고 성장해야 단단해지는 법이다. 지금 영웅들은 2024년을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경기는 없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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