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영국인이 가장 사랑한 프랑스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였던 에릭 칸토나다.
칸토나는 하락세를 겪던 맨유를 다시 정상의 팀으로 끌어올린 주역. 맨유의 백넘버 7번이 너무도 아름답게 어울렸던 영웅.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단 5시즌을 뛰면서, 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2회 등 총 9개 우승컵을 맨유에 선물했다.
최고의 공격수라는 명성과 함께 최고의 다혈질이라는 불명예도 있다. 대표적으로 관중 폭행 사건은 칸토나 커리어에 큰 오점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상남자였다. 1996-97시즌이 끝난 후, 겨우 30세의 나이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칸토나의 은퇴 선언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맨유는 충격에 빠졌다.
당시 칸토나는 은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프로 축구 선수 생활을 13년 동안 해왔다. 긴 시간이었다. 나는 이제 축구를 떠나 다른 것들을 하고 싶다. 나는 정상에 있을 때 은퇴를 계획했다. 맨유에서 내 커리어는 정점에 도달했다. 4년 반 동안 최고의 축구를 즐겼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감독, 스태프, 선수들과 놀라운 관계를 맺었다. 맨유가 앞으로 더 많은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모든 이들이 충격에 빠졌지만, 그 중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칸토나는 퍼거슨 감독에게도 말하지 않고 은퇴를 선언했다.
퍼거슨 감독은 칸토나에 대한 애정이 컸다. 모두가 칸토나가 안 된다고 했을 때(반드시 사고 칠 거라고),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직접 데려왔다. 또 모든 사람이 사고를 친 칸토나를 비난할 때(방출하라고), 품으로 안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이별을 예상하지 못했던 퍼거슨 감독. 그는 몇 달 후에나 칸토나 은퇴에 대한 반응을 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일이 아니다. 또 은퇴한 선수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도 전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너의 헌신에 감사하다, 은퇴 후 성공을 바란다' 등등 다정한 말은 그 어떤 선수도 듣지 못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런 퍼거슨 감독이 칸토나에게 직접 '손 편지'를 쓴 것이다. 그것도 장문의 편지였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가 당신을 존경하기에, 존경의 표시로 편지를 썼다. 나는 최고 수준의 공격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구단의 재정적인 제약이 항상 최고의 공격수를 얻는 것을 막았다. 맨유의 가장 큰 문제였다. 이런 고민이 나를 괴롭히고 있을 때, 당신을 만났다. 당신을 발견하고 희망을 가졌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당신과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부터 꿈은 시작됐다. 내가 이 편지를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신이 맨유에 얼마나 좋은 선수였는지, 또 당신이 나에게 준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나는 그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당신도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내 선수가 아니다. 이제 당신이 내 친구가 됐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 예고 없이 차 한 잔 마시러 들러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에릭 칸토나.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