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또 비운의 타격 2위인가.
NC 간판 교타자 손아섭(35)은 지난 7월 말 KIA와의 홈 3연전 당시 타격왕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즌 막판 경합 중이면 모를까, 매 경기 좋은 타격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빈말 혹은 겸손함이 아니었다. 매일 내실을 더해 그것을 시즌이 끝나고 평가받는 게 프로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당시 손아섭은 타격 1위였다. 그리고 1개월이 흐른 현재 손아섭은 타격 2위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쉬운 감정이 들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해 매 경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손아섭의 애버리지는 7월(0.333)보다 8월(0.359)에 더 좋기 때문이다.
즉, 손아섭이 타격 1위서 2위로 내려온 건 철저히 자신의 통제 영역 밖의 일이다. 22일 현재 타격 1위를 달리는 구자욱(삼성, 30)은 올 시즌 타율 0.345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펄펄 난다. 7월 타율 0.377이었는데 8월엔 타율 0.460이다.
결국 타율을 0.345까지 올렸다. 0.332의 손아섭을 1푼3리 차로 앞서간다. 이젠 제법 표본이 쌓인 상황. 현 시점에서 구자욱이 하루이틀 안타를 못 쳐도 타격 1위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낮다. 구자욱도 손아섭도 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다. 정규시즌은 10월까지 열린다.
둘 다 사연이 있다. 손아섭은 지난 겨울 미국 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강정호와 롯데에서 몸 담던 허일의 도움을 받아 타격 매커니즘을 점검하고 수정했다. 발사각을 라인드라이브 생산에 최적합하도록 조정했고, 맞는 면이 다시 늘어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특유의 부챗살 타격이 다시 이뤄지기 시작했다.
구자욱은 장타를 쳐서 가치를 높이겠다는 마음에 벌크업을 했고, 실패한 뒤 본래의 장점을 되찾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왕조 막판부터 주전을 꿰찼던 건 순수한 컨택 능력 덕분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구자욱이라고 해서 타격왕 욕심이 없을 리 없다.
그런데 둘 다 타격왕을 못한다면, 아무래도 손아섭이 조금 더 억울(?)할 수 있다. 손아섭은 2011년부터 최근 12년간 타격 탑5에 무려 5차례나 들었다. 심지어 2013년과 2020년에는 간발의 차로 2위였다. 2013년에는 삼성 이병규 수석코치(당시 LG)에게 3리 뒤졌고, 2020년엔 최형우(KIA)에게 2리 뒤졌다.
이 정도의 격차라면 거의 안타 3~4개 차이라고 봐야 한다. 손아섭이 3~4일간 안타 하나씩만 더 쳤어도, 그러면서 이병규와 최형우가 3~4일간 안타 하나씩만 덜 쳤어도 순위 역전은 가능했다. 이게 결국 매일 꾸준히 잘 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손아섭이 올 시즌에는 타격왕의 한을 풀 수 있을까. 주로 지명타자로 뛰는 올 시즌, 체력관리가 아무래도 용이한 장점은 있다. 이제 그 효과를 볼 시기에 접어든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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