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원 바운드 볼에 헛스윙을 했다는 것에 확 꽂혀서…”
지난 25일 광주 KIA-한화전. 1-0으로 앞선 5회말 1사 2루서 KIA 박찬호의 ‘시간차 주루’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타석의 나성범의 행동이 미스터리했다. 풀카운트서 한화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의 슬라이더에 헛스윙했고, 그 공이 그라운드에 닿은 뒤 포수 최재훈의 미트를 맞고 백스톱 방향으로 강하게 흘렀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그러나 나성범은 순간적으로 착각한 듯했다. 전혀 1루로 뛰지 않았다. 잠시 타석 근처에 머무르다 오히려 3루 덕아웃으로 걸어가는 동작을 취했다. 그 사이 박찬호가 3루까지 진루한 뒤 잠시 멈칫하다 홈을 파고 들어 추가점을 올렸다.
KIA 김종국 감독은 26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웃으며 “1루로 뛰었다면 이지(쉽게 세이프)였죠”라고 했다. 실제 최재훈이 공을 수습하기 위해 홈 플레이트를 비우고 꽤 이동해야 했다. KIA 챔피언스필드의 홈플레이트에서 백스톱까지의 크기는 꽤 넓은 편이다.
나성범이 한동안 타석 근처에 서있자, 뒤늦게 공을 수습한 포수 최재훈은 1루에 던져 나성범에 대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그런데 이 플레이가 박찬호로선 홈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결정적 찬스가 됐다. 한화 1루수 채은성이 박찬호의 홈 쇄도를 보고 홈플레이트 커버를 들어간 산체스에게 송구했지만, 박찬호는 절묘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득점했다.
만약 나성범이 산체스의 투구가 원 바운드가 되는 순간 1루로 뛰었다면 김 감독의 말대로 세이프 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최재훈으로선 나성범을 포기하고 3루로 공을 뿌려 박찬호를 견제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박찬호가 득점하긴 어려웠다는 게 김종국 감독과 한화 최원호 감독의 해석이었다.
실제 최원호 감독은 “성범이가 안 뛰어서 재훈이가 공을 잡고 홈에 가서 태그를 해야 했다”라고 했다. 굳이 1루로 공을 던져 박찬호의 홈 쇄도 여지를 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나성범의 착각(?)이 박찬호의 득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 감독은 “성범이가 원 바운드 볼에 헛스윙을 했다는 것에 확 꽂혀서 안 뛴 것 같다”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착각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 1점이 중요했다”라고 했다. 이래저래 KIA로선 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재치를 발휘했다.
그리고 나성범은 인간적이다. 6월 말에 같이 돌아온 김도영은 8월 들어 슬럼프에 빠지며 일찌감치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반면 나성범은 올 시즌 42경기서 163타수 55안타 타율 0.337 11홈런 35타점 35득점 장타율 0.607 출루율 0.401 OPS 1.008 득점권타율 0.319. 연일 폭주한다. 3개월간 종아리 재활을 하며 시즌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왜 나스타인지 증명한다.
쉴 틈 없는 방망이 대폭격이 오히려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던 순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착각(?)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김 감독 말대로 뭔가에 꽂히면 순간적으로 그럴 수 있다. 박찬호 득점의 신스틸러였으니, 그 착각마저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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