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김세형 “내가 표출하는 분노와 공격 대상이 혹시 나 스스로가 아닌지”
K-패션 편집숍 한컬렉션은 유명 디자이너 옷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본 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그 가운데는 실제 런어웨이에서 선보인 옷도 포함돼 있다. 2024년 봄·여름 서울패션위크가 5~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라인업의 △그리디어스 △까이에 △두칸 △라이 △비건타이거 △석운윤 △세컨드아르무아 △아조바이아조 △와이쏘씨리얼즈 △파츠파츠 △홀리넘버세븐을 한컬렉션에서도 만날 수 있다. <편집자주>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와~~~~~~아!!!!!!”
그 쇼의 시작은 런어웨이 위로 하얀 눈이 내렸다. 판타지한 무드에 빠져들며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예쁘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심각한 표정의 모델이 겨울 복장으로 무대에 등장하자 감탄사(!)는 물음표(?)로 바뀌었다. 봄·여름 시즌인데 왜 겨울 옷이지? 여기만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 하나 하며 갸우뚱거렸다.
굳이 눈까지 내린다면? 그렇다. 이러한 연출이라면 이상 기후 현상으로 봄에도 눈이 오는데 여름이라고 눈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올해가 최고로 시원한 여름이 될 거다”라는 걱정을 최근에 들었는데, 이대로 기후 문제를 방치하다가는 한 여름에 눈이 내려 겨울옷을 입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런 후 눈에 들어왔다. 유독 어느 패션쇼보다 모델의 동선이 관람석에 바짝 붙어 진행됐다. 마치 촬영을 위해 꺼내든 휴대폰에 닿을 듯 말 듯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방독면을 쓴 숨을 쉴 수 없어 보이는 사람, 헬맷을 쓰고 걷는 사람, 얼굴을 공기에 내놓을 수 없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전 쇼에서도 몇 번인가 보았던 손에 들린 샷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아조바이아조가 연출하는 디스토피아다.
잘파세대(Z+알파)에게 힙한 브랜드 아조바이아조 김세형 디자이너는 2024년 SS 시즌 콘셉트로 ‘아조바이아조는 표현 그 자체다(AJOBYAJO is a brand that expresses)’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섀도 복싱’을 함께 언급했다. 원래 의미는 복싱에서 사용되는 운동으로, 훈련하는 사람이 더 강한 신체 활동을 하기 전에 근육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김세형 디자이너는 “섀도 복싱은 혼자서 허공에 대고 공격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혼자 가상의 공격 상대를 만들어 놓고 비판하거나 욕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며 “내가 표출하는 분노와 공격 대상이 혹시 나 스스로가 아닌지 상상하고 이 메시지를 판타지 한 이야기로 재해석 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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