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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서로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인정한 명품 투수전 '넌 최고의 투수야'...야구팬들을 미소 짓게 한 훈훈한 장면 [유진형의 현장 1mm]

시간2023-09-13 09:09:15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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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김광현 6이닝 4피안타 1실점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오랜만에 보는 명품 투수전이었다. 야구장을 찾은 10,309명의 관중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에 눈 호강을 제대로 했다. 

경기 중 그라운드에서 양 팀 선발 투수가 만나는 진귀한 장면도 나왔다. 6회초 2사 1.3루에서 배정대의 투수 옆 땅볼 타구 때 김광현이 포구한 뒤 한 바퀴를 돌며 1루로 송구하며 아웃시켰다. 

멋진 호수비 장면을 3루 더그아웃 앞에서 지켜본 벤자민은 마운드로 오르며 김광현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놀라워했고, 김광현도 벤자민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서로를 격려했다. 김광현이 이미 109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이번 이닝이 마지막 이닝이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벤자민은 김광현에게 "최고였어"라며 인정한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격려했고 멋진 승부에 박수를 보냈다.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 SSG는 김광현이 선발로 나섰고, KT는 벤자민이 등판했다. 최근 두 팀은 승보다 패가 많았고 이날만큼은 꼭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광현은 1회부터 눈빛이 달랐다. 최근 에이징커브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며 기복 있는 투구를 보여줬던 김광현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첫 타자 김민혁을 삼진을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시작했고 2회초 1사 후 배정대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KBO리그 통산 1,700탈삼진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4번째 기록으로 송진우 2,048개, 양현종 1,917개, 이강철 1,751개에 이은 기록이었다.

4회 2사까지 무안타 피칭을 하던 김광현이 황재균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잘나가던 김광현이었지만 6회 아쉬운 실점을 했다. 1사 후 김민혁에게 12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한 게 문제였다. 투구수가 많아져 힘에 부친 모습이었지만 그는 6회를 마무리 짓기 위해 계속해서 던졌다. 하지만 알포드게 안타를 허용했다. 1사 1.2루 위기에서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로 마무리 짓는가 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서 박병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마침내 0의 균형이 깨졌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구속 149km의 빠른공을 앞세워 109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시즌 12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시즌 7패 (7승)째를 당했다.

김광현이 잘 던지고도 패전 투수가 된 건 뛰는 김광현 위에 나는 벤자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벤자민은 소위 긁히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구속이 잘 나왔고, 결정구로 사용한 커터가 예리했다. 직구, 슬라이더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뒤 커터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다. 7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지만, 최정이 그의 대기록을 깼다. 최정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으면 멘탈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던 벤자민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고 8회까지 무실점으로 SSG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총 103개의 공을 던지며 8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5승 (5패)째를 달성했다. 

김광현과 벤자민, 비록 상대 투수지만 서로의 완벽한 투구에 엉덩이를 토닥이며 인정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야구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은 이렇게 팬들에게 훈훈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명품 투수전을 보여준 SSG 김광현과 KT 벤자민 / 인천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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