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선영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오예!”
짝짝짝. 신나서 기타를 안은 채 작게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지난 레슨 시간, 나는 기타 선생님이 숙제로 내준 리듬을 나름 자연스럽게 해냈다. 더 나아가, 레슨 중 선생님이 만든 다른 리듬도 곧잘 흉내를 냈다.
연습과 그에 따른 숙련도가 중요한 운동이나 기술 분야에 있어서 성장은 계단식으로 한다고들 하는데, 기타를 배운 지 10개월 만에 이제 나도 드디어 한 계단 오른 것인가!
“아니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닌데… 집에 가서 혼자 좋아하시고, 자 다음.” 기타 선생님은 내가 더 기뻐하거나 스스로 칭찬할 틈을 주지 않고 다음 진도로 넘어갔다. 혹 내가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연습을 게을리하며 경거망동할까 걱정하신 걸까.
한 십여 년 전 깊은 자격지심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소속 회사에서 피땀 눈물을 쏟으며 일했건만, 수시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했다. 일을 못하거나 그와 비슷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잣대였다.
늘 부족한 잠에 면역력도 바닥이었다. 각종 알러지가 생겼고, 체력이 달려서 점심시간이면 수액을 맞고 돌아오는 일도 많았다. 비교를 당하면 당할수록 나는 더 일에 매달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생각도 비뚤어지고 말도 곱게 나가지 않았다. ‘내가 뭘’, ‘결국 안 될 거야’, ‘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지’ 같은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말은 생각을 더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매사에 배배 꼬인 사람이 됐다.
어느 날 상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뭐 하나 아쉬울 거 없어 보이는데, 왜 이렇게 자격지심이 많아?”
자격지심 혹은 열등감,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도 있을까?
내 콤플렉스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할 말은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당시 나는 그렇게까지 열등감에 사로잡혀 허우적댈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 시간이 많이 흘러 돌이켜보건대, 나는 원치 않는 경쟁 시스템에 편입되어 비교당하는 상황 자체가 낯설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방목형 교육관 덕분에 엄친딸, 엄친아와 비교당해 본 적이 없었다. 비교나 경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약간의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크게 타격을 받고,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으리라 추측해본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경쟁을 잘 못 견디고 힘들어하지만, 적어도 나를 스스로 아끼는 법은 조금 배웠다. 작은 일에도 생각만 하지 말고 소리 내어 칭찬해주기.
그때그때 마주하는 상황에서 작게 박수를 치며 기뻐하기도 하지만, 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자랑 좀 해도 돼? 나 오늘 예술의전당까지 운전하고 갔다 왔어. 신나!”(초보운전이다.) “기타 레슨 때 연습 열심히 한 거 같다고 칭찬받았어” “나 오늘 간만에 운동했다! 잘했지?”
마흔 넘은 사람 대화가 좀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서로 칭찬이 오가고 훈훈해진다.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생각을 만든다. 간혹 이유 없이 혼자 우울한 날, 지인이 연락해 “나 오늘 이런 일 있었어. 잘했지?”라고 얘기하면 “잘했네”라고 말하다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일도 있다.
내가 나를 좀 아껴주자, 칭찬해주자. 생각만 하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서 칭찬해주자. 나를 다독일 사람도, 내 기분을 좋게 만들 사람도, 나로부터 나에게다.
정선영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북에디터 정선영 인스타그램 dodoseoga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