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무조건 베이스 돌았죠"
두산 베어스 강승호는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 1루수,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두산에게 이번 KIA전은 매우 중요했다. 경기 전까지 KIA와 격차는 단 1경기에 불과했기 떄문. 물론 시즌이 끝나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이번 3연전은 모든 일정을 마쳤을 때 순위를 결정하는데 분명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맞대결이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를 요약하는데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KBO리그 '최초' 기록을 만들어낸 강승호.
강승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10안타 5타점 5득점 타율 0.345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절정에 달해있었는데, 좋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강승호는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 2루 득점권 찬스의 첫 번째 타석에서 KIA 선발 윤영철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득점과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방망이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은 3회부터였다. 강승호는 1-1로 맞선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영철의 2구째 126km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쏠리는 실투로 연결되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강승호가 친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고, 담장을 넘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6호 홈런으로 비거리 110m.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강승호는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강승호는 2-5로 역전을 당한 5회초 1사 1, 3루 찬스에서 KIA의 바뀐 투수 김재열과 맞붙었다. 강승호는 김재열과 무려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145km 직구를 제대로 공략했고, 이번에는 우중간을 갈랐다. 3루 주자 양의지가 홈을 밟는 것은 물론, 1루 주자였던 김재환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게다가 강승호는 후속타자 허경민의 적시타에 '동점'까지 만들어냈다.
홈런과 3루타를 친 만큼 '사이클링 히트'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강승호는 5-6으로 뒤진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임기영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터뜨리며 사이클링 히트 달성의 가능성을 드높였다. 그리고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KIA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슬라이더를 받아쳐 투수 앞쪽의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마침내 기록을 완성했다.
두산은 강승호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8-6 짜릿한 재역승을 손에 넣음과 동시에 KIA(5위)와 격차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SSG 랜더스(4위)와는 간격을 0.5경기차로 좁혔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은 강승호의 날"이라며 "사이클링 히트라는 기록도 대단하지만, 그 안타들 모두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왔다. 개인 처음이자 역대 30번째 진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양석환과 호세 로하스를 비롯해 동료들은 물과 이온음료를 섞어 강승호를 축하하기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그리고 중계 방송사 인터뷰를 마친 강승호에게 이를 뿌리며 진심으로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강승호 또한 동료들의 축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안타만 남겨뒀던 마지막 타석의 심경은 어땠을까. 강승호는 "사실 (사이클링 히트를) 알고는 있었는데,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크게 의식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하스가 1루에 있었기 때문에 장타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점수차가 많이 났다면 의식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고 싱긋 웃었다.
만약 마지막 타석에서 장타성 타구가 생산됐다면, 사이클링 히트를 포기하고 2루까지 내달렸을까. 그는 "단타보다는 장타를 생각하고 있는 타석이었다"며 "순위 경쟁을 하는 KIA와 경기였고,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베이스를 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호의 사이클링 히트는 그를 포함해 KBO리그 역사상 30번 밖에 없는 진기록. 여기서 강승호의 기록이 빛난 것은 '최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홈런을 시작으로 3루타, 2루타, 안타 순으로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는 10회 이하,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단 2회 밖에 되지 않는데, KBO리그에서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팀 동료들의 애정 넘치는 세리머니를 받은 강승호는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갔던 것은 아니다.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가 슬라이더가 걸렸다. 야구를 하면서 최초라는 기록을 하나 정도는 세웠다는 것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좋은 기록을 쌓았으면 좋겠다"며 "세리머니는 처음 받은 것 같은데 너무 좋고 짜릿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강승호는 '최초' 기록 작성에도 불구하고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이유는 수비 실책 때문. 자신의 포구 실책으로 자칫 경기를 내줄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만루홈런을 쳤을 때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수비에서 나로 인해 점수를 준 것이 있기 때문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마음에 불편함이 있었다"고 자책하기도.
KBO리그 데뷔 첫 안타, 첫 홈런, 타점 등 여러 기록을 맛봤던 강승호는 지금까지 품은 수많은 '기념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의 경우 KBO리그 '최초'로 달성한 만큼 기념구를 꼭 간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강승호는 "기념구를 잘 모아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없는 것 같다. 첫 안타공도 받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챙겨줬기 때문에 잘 보관하고 있겠다"고 강조했다.
광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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