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4이닝도 던지겠다는 마음가짐이에요"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에게 올 시즌의 출발은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준용은 데뷔 첫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29⅔이닝을 소화,'신인왕' 조건을 가까스로 넘기지 않는 가운데 경험을 쌓았고,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5의 성적을 남기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듬해 44경기에서 47⅓이닝을 소화, 4승 1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85으로 재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아쉽게 KBO 신인왕 타이틀은 손에 넣지 못했으나, 은퇴 선수들과 야구계 원로들이 인정하는 '신인'으로 손꼽혔다. 그리고 지난해 '클로저'도 경험하는 등 3승 4패 6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힘겨운 시즌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만큼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 컸다. 게다가 배영수, 김현욱 투수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엄청난 훈련량을 가져가면서 한단계 '레벨업'을 노렸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보인 최준용의 퍼포먼스는 예년과 달랐다.
시범경기에서 최준용의 구속은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는 등 고전이 이어졌다. 그 결과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차례 시련을 겪었던 최준용은 4월 중순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마운드로 돌아왔는데, 4~5월 9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그런데 또다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등에 염증이 발목을 잡혔다. 최준용이 전열에서 이탈했을 때 롯데가 워낙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던 만큼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6월부터 롯데가 하락세를 그리자 최준용의 빈자리는 매우 크게 느껴졌다. 최준용도 복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7월 초 드디어 마운드로 돌아왔다.
롯데의 추락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최준용의 투구는 분명 반가웠다. 신인왕 경쟁을 펼치던 때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듯했다. 최준용은 7월 9경기에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마크했고, 다시 중요한 '레버리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면서 부활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⅓이닝 1실점(1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지만, 최근 10경기에서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할 정도로 흐름이 좋다. 부진했던 시범경기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을까. 최준용은 "자신감"이라고 답하며 "나는 마운드에서 결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다. 결과를 잘 만들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결과가 잘 나오면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마운드에 올랐을 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건강'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재능과 실력도 뽐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부상을 겪었던 만큼 최준용은 부상 방지를 위해 자문도 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최준용은 "고3 시절 어깨가 한 번 아픈 이후 주위에서 '어깨는 한 번 아프면 계속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때문에 (손)아섭 선배님께 연락해서 어깨 회복에 도움이 되는 센터를 다녔고, (구)승민이 형에게도 많은 것을 물어봤다"고 말 문을 열었다. 구승민은 16일 1군에서 말소됐지만, 역대 두 번째로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함의 대명사다.
최준용은 "승민이 형이 내게 '운동량을 줄여라. 너는 보강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어깨와 몸이 쉬는 시간이 없다. 쉬는 것이 처음에는 불안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 몸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운동량을 줄여봤더니, 구속이 오히려 더 잘 나오는 느낌이다. 승민이 형께 너무 고맙다"고 강조했다.
최준용은 부상에서 돌아온 직후보다 구속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복귀 당시 직구 평균구속은 140km 대 초반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꾸준히 145km 이상을 마크하고 있다. 그는 "일단 통증이 없어야 마운드에서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다"며 "최근에는 150km 이상의 공도 나오고, RPM 수치도 좋았을 때랑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구가 좋아지면서 체인지업도 같이 좋아진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롯데는 4~5위에 랭크돼 있는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와 6경기차로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희박하지만, 아직 포스트시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준용은 시즌 초반 자신의 공백으로 인해 많은 이닝을 던진 선배, 형들을 위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팀이 초반에 잘했던 이유가 (김)원중이 형, (구)승민이 형, (김)상수 선배님 덕분이었는데, 너무 많이 나갔던 것 같다. '내가 같이 있었다면'이라는 생각과 책임감이 든다. 지금은 개인 성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못해도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된다면 2이닝, 4이닝도 던지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준용의 부활은 분명 롯데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올해가 아니라도 내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까닭. 최준용이 지금의 좋은 퍼포먼스를 꾸준히 보여준다면, 항정우 아시안게임(AG)은 어렵더라도, 일본과 대만, 호주 유망주들이 집결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승선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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