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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때는 1998년 비시즌의 어느 날. 1971년 동갑내기 두 친구가 스페인에서 만났다.
한 명은 드와이트 요크. 다른 한 명은 리 샤프다.
요크는 아스톤 빌라에서 뛰고 있던 공격수였다. 요크는 아스톤 빌라 유스를 거쳐 1990년 1군에 데뷔했고, 8년을 뛰면서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 윙어인 샤프는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이었을 때다.
두 친구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만났다. 남자 둘이 이래저래 이야기하다 보니, 술이 한잔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술을 한두 잔 하다 보면, 서너 잔이 되고, 통제하는 이가 없으면 밤새 들이붓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
역시나. 이 둘도 그렇게 됐다. 요크와 샤프는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했을까. 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야기를 했다. 특히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 대해서.
이런 대화를 나누기에 샤프는 매우 적합한 친구였다. 그는 리즈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기 전 1998년부터 1996년까지 8년을 맨유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맨유에 대해, 또 퍼거슨 감독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세계적 명가인 맨유와 세계적 명장인 퍼거슨 감독. 축구를 좋아하는 이라면 밤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랄 주제다. 그렇게 재미있게 수다를 떨었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벌써 새벽 6시. 샤프가 이별을 고했다. 그만 먹자고. 요크도 동의를 했다. 그렇게 즐겁게 둘은 헤어졌다.
얼마 후 샤프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요크가 왜 그렇게 자신에게 맨유와 퍼거슨 감독에 대해 물어봤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요크가 맨유로 이적을 한 것이다.
사실 당시 요크는 아스톤 빌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많은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을 때였다. 그 중 한 팀이 맨유였다. 요크는 맨유를 잘 아는 샤프에게 맨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맨유 이적을 결심했다. 샤프의 이야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요크의 맨유행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왜? 요크를 간절히 원하는 또 다른 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신 요크와 샤프. 놀랍게도 3시간 뒤, 그러니까 오후 9시에 요크는 스페인 '명가' 바르셀로나와 만나기로 약속이 된 상태였다. 이적 협상을 위한 만남이었다. 그런데 이 약속 시간 3시간 전까지 샤프와 술을 먹었고, 맨유와 퍼거슨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요크는 결정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를 만나지 않기로.
이 충격적인 결정은 '해피엔딩'으로 장식됐다. 요크는 1998년 맨유 유니폼을 입고 2002년까지 4시즌을 뛰었다. 오래 뛰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4시즌 동안 리그 우승 3번을 포함해 총 6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나 요크를 전설 중의 하나로 평가하는 건 잉글랜드 최초의 '트레블' 주역이라는 점이다. 1998-99시즌 맨유는 리그, FA컵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을 차지했다. 맨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그 순간을 요크가 함께 한 것이다.
25년 전 그 밤샘 술자리를 샤프는 이렇게 기억했다.
"나는 요크와 저녁 식사를 했고, 새벽 6시까지 술을 먹었다. 요크는 맨유와 퍼기경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나는 성심성의껏 답했다. 새벽 6시에 나는 가겠다고 했고, 우리는 헤어졌다. 이후 요크는 맨유로 이적했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그날 오전 9시에 바르셀로나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해줬다. 바르셀로나를 버리고 맨유로 이적한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드와이트 요크, 리 샤프.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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