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거미집'에서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로 변신한 오정세
"'시나리오 받고 신나…어렵게 만난 김지운 감독·송강호"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배우 오정세가 영화 '거미집'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거미집'의 주역 오정세를 만났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거미집'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의 김지운 감독 신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인 바 있다.
오정세는 사랑이 많은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았다. 김지운 감독은 "대사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맛을 쫄깃쫄깃하게 낼 수 있는, 편집본을 볼 때 지치지 않고 보게 되는 몫을 해주는 배우였다"며 그만이 완성할 수 있는 유머와 재미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정세는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날 오정세는 사랑이 넘쳐나는 인물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 바람둥이인 강호세 캐릭터에 대해 "사실 좋게 얘기해서 사랑이 많은 친구지 두 여자를 사랑하는 인물"이라면서 "김열 감독이 걸작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욕망 중 하나다. 어떻게 설정하고 만들어가야 걸작을 만드는 과정 중에 유쾌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운 감독과 함께하게 된 소감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받고 신나서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며 "(김지운 감독의) 초창기 작품부터 다 좋아했었다. 처음 노크한 게 아니다. '놈놈놈' 때 오디션을 봤었는데 그때는 안 됐다"고 밝혔다.
"'거미집'이라는 작품,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선배님을 만나는 과정이 그냥 '짠' 하고 된 게 아니에요. 감독님은 모르실 수 도 있어요. '놈놈놈' 오디션에서는 연출부 선에서 떨어졌거든요. 송강호 선배는 '우아한 세계' 때 잠깐 만났지만 그 이후 '하울링'도 오디션 봤어요. 떨어져서 못 만났지만…. 어렵게 '거미집'에서 만나서 신나게 작업했어요."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주연 이승재 역을 맡으며, 대중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은 오정세는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분명히 있는데 크지는 않고 안 가지려고 한다"면서 "부담감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더 부담되는 것 같다. 주연으로서 가져야 할 부담감은 있으나 다른 생각들은 안 하려고 한다. 인물, 작품, 내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톱스타 역할로 저를 캐스팅한 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는 오정세는 "'남자사용설명서'를 처음 했을 때 저 스스로의 시선, 관객들의 시선 등 물음표가 훨씬 많았다. 조연을 하던 친구가 주연을 하고 톱스타 역을 하고… 저도 막연한 느낌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남자사용설명서'와 '스위치'(2023)를 하면서 오정세가 그리는 톱스타가 있구나 느끼셨을 수도 있고 저도 그때보다 편한 느낌이었어요. 그때 되게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제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는데 톱스타 연기를 해야 하는데 톱스타 비주얼은 아니잖아요. '스위치' 첫 장면이 밴에서 내리면 (팬들이) '멋있다'고 하는 장면이었어요. 저도 민망하고 단역 분들도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어떤 리듬감이 생긴 것 같고, 그래서 손을 내밀어 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감독님께 감사해요."
앞서 오정세가 말했듯이, 그는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배우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지만, 편집돼서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송강호가 '저 친구 어디서 데리고 왔냐'고 감독님께 칭찬한 사연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오정세는 "칭찬 덕분에 그날 되게 배불러서 집에 갔다"고 떠올렸다.
송강호와 '거미집'을 통한 재회에 대해서는 "만났을 때 초반에는 기쁘지만 민폐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노는 걸 보면서 어느 순간 저도 같이 놀고 있었다. '거미집' 현장에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 국장(장광)이 들이닥치고 김 감독(송강호)가 도망가는 장면을 회상한 오정세는 "계속 뛰어가 주시더라"라면서 "배우로서 당연한 건데 당연한 것들이 많은 현장에서는 안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실 감정 컷도 아니고 시선 컷이라서 안 맞춰도 되는데 매번 전력질주하시는 걸 보면서 감명 깊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감독님도 스태프로 나오는 배우들이 많은데 단역배우들에게도 자리배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신경 써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이것도 당연한 건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행동이었다"고 곱씹었다.
한유림으로 분한 배우 정수정과의 호흡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오정세는 "저도 부담감이 있는데 수정이도 막내로서 고민과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액션에 들어갔을 때 거침없이 걷고 연기하는 모습이 부러웠고, (전)여빈이는 걸음걸이만 보고도 '캐릭터를 저렇게 잡았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베테랑 여배우로서의 한유림과 극 속 '거미집'의 한유림과의 간극을 베테랑처럼 연기해 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오정세는 정수정과의 격정적인 베드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관객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제 시사회에서 '거미집'을 봤는데 관객 한 분이 자기도 모르게 (베드신에서) '어 뭐야' 하시더라. 앞에 가서 '죄송해요'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저도 좋아서 했겠어요? 작품을 위해서 한 거였죠. (극 중 한유림과 강호세가) 러브라인이라고 생각 안 해요. 감정이 들어간 베드신이 아니라 기능적인 것을 위한 베드신이었어요. 그 안에서 감정교류는 없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러브라인도 정수정 씨와 저의 러브라인이 아니라 저만의 일방적인 러브라인만 남아있잖아요. '이게 정말 러브라인인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목적지 없는 데로 가고 있는 혼자만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미집'과 배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배우 하정우, 임시완 주연의 영화 '1947 보스톤'이 같은 날 개봉한다. 이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오정세는 "'거미집'은 부담감이 많이 없는 작품"이라고 답했다.
이어 "칸이나 행사에서도 그렇다. 해외 행사 가는 게 저한테는 큰일이고 긴장 많이 했을 캐릭터인데 칸 갔을 때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면서 "다른 길로 가도 안내해 줄 든든한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있어서 그런지 부담감 없이 놀다 온 것 같다. 동료들이 든든하게 있고, 천군만마가 주변에 많으니까 조바심이 없다"고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한편, '거미집'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노한빈 기자 beanhan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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