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법사만 만나면 작아지는 거인 군단, 그 속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석상호, 데뷔 첫 등판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T만 만나면 힘을 못쓰는 롯데다.
롯데는 21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선발된 나균안이 선발 등판했지만 KT를 넘을 수 없었다.
나균안은 이 경기 직전까지 KT전 3차례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3.79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보였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고 있어 이날만큼은 KT전 연패 기록을 깰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롯데는 실책 3개로 자멸하며 0-5로 완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올 시즌 KT 상대로 3승 13패 절대적인 열세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날 경기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바로 롯데 석상호 이야기다. 석상호라는 이름은 야구팬들에 낯선 이름이다. 이날 경기가 그의 1군 데뷔 전이기 때문이다.
석상호는 0-5로 뒤지고 있던 8회말 구원 등판해 알포드, 장성우, 문상철을 상대했다.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심호흡을 하며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고 과감하게 승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에 그쳤지만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안정적인 제구력과 120km 중반대의 예리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며 단 11개의 공으로 8회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특히 알포드와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신인답지 않는 배짱투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석상호가 프로 데뷔 첫 등판에서 1이닝 무실점 성공적인 투구를 하자 롯데 선수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입단 동기 윤동희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고, 황성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축하했다. 그리고 고승민은 데뷔 첫 등판 공을 챙겨주며 후배의 앞길을 응원했다.
한편 석상호는 지난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7라운드(전체 63순위)로 선발한 대졸 투수다. 그는 고려대학교 4학년 시절 13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한 투수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34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은 57개나 잡고 볼넷은 단 4개만 내줄 정도로 제구가 상당히 좋은 공격적인 투수라는 것이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그랬다. 42 2/3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48개, 볼넷 25개를 기록했다.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록 팀은 0-5 패하며 KT전 10연패라는 치욕을 당했지만 석상호는 프로 데뷔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야구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날을 보냈다. 그는 2023년 9월 21일 수원 마운드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프로 데뷔 첫 등판에서 1이닝 무실점 2탈삼진을 기록한 석상호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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